[한경 엣지] 슈퍼의 부활..."구조조정 1순위서 온라인 배송 기지로"
슈퍼마켓은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유통업계의 골칫거리였습니다. 브랜드를 막론하고 만성 적자에 시달렸지요.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롯데슈퍼의 영업적자는 1083억원에 달했습니다. GS리테일의 슈퍼마켓 GS더프레시도 약 300억원의 적자를 냈지요. 때문에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 확산되기 전, 롯데쇼핑과 GS리테일이 밝힌 점포 구조조정의 핵심 타깃은 슈퍼였습니다.

그랬던 슈퍼가 요즘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전례 없는 배송 경쟁을 벌이기 시작하면서입니다. 롯데·신세계·GS 등 ‘전통 강자’들은 전국에 물류망을 구축한 쿠팡과 경쟁하기 위해 오프라인 점포들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슈퍼는 그중 딱 맞는 채널이었습니다. 대형마트에 비해 소비자 주거지 인근 곳곳에 있고, 편의점에 비해 신선식품 상품이 다양했지요. 주문 후 30분 내 제품들을 소비자 집 앞에 가져다 주는 ‘퀵커머스’까지 화두가 되자 슈퍼는 온라인 배송 기지로 새롭게 떠올랐습니다.
[한경 엣지] 슈퍼의 부활..."구조조정 1순위서 온라인 배송 기지로"
최근 GS리테일에 따르면 GS더프레시를 통한 퀵커머스 '우동마트'의 이달 하루 평균 매출이 지난달 평균보다 132% 증가했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6월 대비 매출은 269% 늘었지요. 우동마트는 주문이 들어오면 매대에 있는 제품들로 포장해 30분 내 소비자 집 앞에 보내주는 서비스입니다. 밀키트 등 간편식 상품과 1~2인 가구 중심의 소용량 상품들이 매출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불고기, 양배추와 브로콜리 등 편의점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제품들이 인기를 끌며 슈퍼의 차별점을 증명했지요.

GS리테일은 최근 배달 플랫폼 요기요를 인수하며 퀵커머스를 강화할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요기요는 GS리테일 피인수를 앞두고 생필품 퀵커머스 ‘요마트’ 사업을 접었습니다. 때문에 GS리테일이 향후 요기요 배달 인력들을 우동마트 배송에 활용할 거란 추측이 우세하지요. 오프라인 유통회사가 갖추지 못했던 배달망을 확보한 만큼 적극적으로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자체 물류센터를 일부 보유했던 요기요는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의 재고 폐기 부담이 컸지만, 매대가 있는 GS더프레시는 재고 부담이 없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한경 엣지] 슈퍼의 부활..."구조조정 1순위서 온라인 배송 기지로"
홈플러스도 슈퍼마켓 브랜드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1시간 내 즉시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시 슈퍼 매대에서 주문이 들어온 제품들을 집어 보내줍니다. 홈플러스는 전체 익스프레스 직영점 253개점 중 절반 이상인 143개점을 신선식품과 간편식 전문 매장으로 선정해 리뉴얼에도 들어갔습니다. 집콕 소비 트렌드에 맞게 식품 상품군을 늘리고, 밀키트와 샐러드 존을 만들었지요. 지난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온라인 매출은 2월 말 서비스를 시작한 후 첫 달인 3월 매출 대비 255% 증가했습니다.

롯데슈퍼는 지난해 11월 잠실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인 ‘퇴근길 1시간 배송’ 서비스를 최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습니다. 롯데가 추진 중인 제 3의 물류 모델 ‘다크 스토어’, 영업을 하지 않는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 매장도 슈퍼에서 생겨날 확률이 높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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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