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우 기자
사진=김영우 기자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독립법인 출범 1년 만에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국내에서의 빠른 성장을 발판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 글로벌 OTT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한 단계별 시장 진출 계획도 내놨다. 내년에 일본 대만을, 2023년엔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 티빙의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양지을 대표(사진)가 한국경제신문과 첫 단독 인터뷰를 했다. 양 대표는 “한식 맛집처럼 티빙은 최고 K콘텐츠를 확보한 ‘K콘텐츠 맛집’”이라며 “국내외 이용자에게 친구 같은 서비스, 그중에서도 언제 어디서든 보고 즐기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즐겁고 따뜻한 콘텐츠가 티빙의 특징”

양 대표는 고려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5년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획 업무를 맡았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 리얼네트웍스, 액틸리티, 인공지능(AI) 기반 교육 서비스 업체 로제타스톤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양 대표와 이명한 대표가 함께 회사를 이끌면서 티빙의 성장세는 더 가속화했다. 1년 전에 비해 유료 가입자가 3배 늘었고, 티빙 앱 신규 설치 건수는 3.5배 증가했다. 다양한 K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부각된 덕분이다. 티빙은 tvN, OCN, JTBC 등 다수 채널의 콘텐츠 1만6000개를 선보이고 있다. ‘여고추리반’을 시작으로 ‘유미의 세포들’ ‘환승연애’ 등 자체 제작한 25개 오리지널·독점 콘텐츠도 잇달아 내놨다.

“통상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이 걸려요. 그런데 저희는 지난해 하반기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하고 올 1월에 첫 오리지널 콘텐츠 ‘여고추리반’을 내놨죠. 그만큼 바쁘게 진행했는데 여고추리반이 좋은 반응을 얻어 우리가 생각한 성공방정식을 증명해 냈습니다. 이후 콘텐츠들도 지속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고요.”

티빙의 콘텐츠는 다른 OTT에 비해 ‘대중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양한 고객층이 공감할 수 있는 즐겁고 따뜻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티빙의 특징입니다. 이용자들도 프라임타임(금요일 저녁, 주말)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품을 많이 시청하고 있습니다.”

티빙은 다양한 콘텐츠 실험도 하고 있다. 인기 예능 ‘환승연애’는 한 회에 2시간30분을 방영하기도 했다. “OTT라고 하면 쇼트폼 미드폼 등 짧은 콘텐츠가 더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재미만 있으면 이용자들이 2시간30분짜리도 얼마든지 즐겁게 시청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방송처럼 길이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담아내 선보일 예정입니다.”

‘K콘텐츠 맛집’으로 해외에서 승부수

국내 시장에서의 성과와 자신감을 동력으로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양 대표는 해외 진출 전략을 ‘한식의 세계화’ 단계에 비유했다. 그는 “처음 한식을 접하는 1~2단계에선 낯서니까 퓨전으로 주로 먹다가, 2~3단계에 해당하는 마니아가 되면 한국에서 먹는 것과 동일한 한식을 즐기고 싶어 한다”며 “K콘텐츠의 세계화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티빙이 먼저 들어가기로 한 일본과 대만은 한식으로 따지면 2~3단계, 나중에 들어갈 미국과 유럽 등은 1~2단계에 해당해요. 하지만 그 차이는 크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좁혀지고 있어요. 티빙은 일본 대만을 시작으로 발전 속도를 더 높여 미국으로 나아갈 겁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으로 인해 해외 OTT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티빙이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시장이 변하고 있습니다. 파트너사들도 작년 시장 규모 같은 건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작년과 현재가 너무 다르다고 얘기하죠. 최근 한국의 특수성을 담은 K콘텐츠들이 많은 인기를 얻는 걸 보면 잘 알 수 있어요. K콘텐츠의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파트너사들과 잘 협업한다면 여러 지역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라인 및 국내외 주요 제작사와 협업

티빙은 해외 진출을 위해 네이버 메신저 라인과 손잡았다. 라인은 일본 등 세계 230개국에서 2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양 대표는 “해외 이용자들은 라인을 개인의 대소사와 관심사를 얘기하는 주요 메신저로 이용하고 있고, SNS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나아가 콘텐츠도 이를 통해 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콘텐츠를 본 사람들이 라인을 통해 주위에 입소문을 내는 ‘바이럴 효과’가 막강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티빙은 할리우드 주요 제작사와도 파트너십을 맺을 예정이다. 현지 콘텐츠를 수급하고 콘텐츠를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양 대표는 “CJ ENM에서 공동 제작하거나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곳 등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K콘텐츠 열풍을 만들고 있는 다양한 국내 제작사들과도 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티빙은 혼자 성장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으로 상생을 추진해 왔습니다. 극장과의 상생을 위해 영화 ‘서복’을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상영하기도 했는데 당시 많은 제작사의 문의를 받았죠. 현재도 많은 외부 제작사와 논의하고 있어요. 앞으로 이들의 다양한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