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대표(CEO) 모습. /사진=연합뉴스(REUTERS)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대표(CEO) 모습. /사진=연합뉴스(REUTERS)
국내 증시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로 인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로 자금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갈 길 잃은 동학개미들은 테슬라가 있는 미국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올 최고점(3316.08) 대비 8.91%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도 고점(1062.03)보다 6.37% 떨어졌다. 10월 한달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시가총액이 3조7200억원 넘게 증발했다. 호재도 전무하다. 반도체는 하반기 업황 회복에 브레이크가 걸렸고, 국내 기업 이익 둔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동학개미가 울상을 짓고 있는 사이 서학개미들은 반등장 속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사상 첫 주당 1000달러를 돌파하며 이른바 '천슬주'로(주당 1000달러+테슬라) 올라섰다. 국내증시와 달리 미국증시는 자꾸만 솟구치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대형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64.13포인트(0.18%) 상승한 35,741.15에, 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각각 0.47%, 0.90% 뛴 4,566.48과 15,226.71에 거래를 마쳤다.

서학개미들의 최애주(가장 선호하는 종목)로 꼽히던 테슬라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테슬라는 115.18달러(12.66%) 상승한 1024.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5% 가깝게 상승하기도 했다. 렌터카업체 허츠가 테슬라 차량 10만대를 주문했다는 소식의 영향이다. 시가총액도 1조146억2700만 달러로 불어났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28% 가까이 올랐다. 이는 S&P 500 지수의 상승률 21%를 뛰어넘는 수치다. 테슬라는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올해 초에도 '천슬라'에 대한 기대감은 있었으나, 주가 거품론이 일면서 기대는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테슬라는 지난 3월8일에는 563달러까지 추락했다. 당시에는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테슬라 같은 성장주들이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주가 하락에 실망한 서학개미들은 500달러대이던 테슬라 주가가 600달러 후반대로 오른 7월부터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학개미들은 7월 한달간 약 2700만 달러(314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서학개미들의 예상과 다르게 이때부터 테슬라 주가가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지난 21일 894달러로, 900달러 선에 근접했으며 다음 날에는 주당 900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는 테슬라 주식을 12억3830만 달러(약 1조4400억원) 순매수했다. 순매수 2위 애플(6억61036만달러)의 2배 가까운 규모다.
사진=뉴욕거래소
사진=뉴욕거래소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자 해외로 눈을 돌린 개미들의 투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 16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와 매도 결제액을 합한 금액은 약 2771억 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326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지난해(1983억 달러)보다 40%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이 미국증시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5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 대형 정보기술(IT)기업들은 이번 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구글(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가 26일, 애플과 아마존은 각각 27일, 28일 등이다.

증권가에서는 아마존을 제외한 4개 기업의 3분기 주당순이익(EPS)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EPS는 기업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을 기업의 총 발행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순이익이 늘수록 EPS도 커진다. 아마존 3분기 EPS는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테슬라도 지난 반도체 공급난에도 3분기 16억2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거둬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억3100만 달러 보다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미국 증시에 경기 둔화 이유가 여전히 이어졌으나 이보다는 개별 기업 호재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일부 경제지표를 통해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됐으나 시장 참여자들은 개별 기업들의 상승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