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이재명 만남' 두고 엇갈린 시각…"원팀 결성" vs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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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지지층 내홍 수습 급선무…효과는 '글쎄'
'대장동' 언급 없었지만, 野 "만남 자체가 잘못"
'대장동' 언급 없었지만, 野 "만남 자체가 잘못"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만나 50분간 차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제 저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고, 이 후보가 새로운 후보가 되어 감회가 새롭다"며 이 후보의 경선 승리를 축하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여권 지지층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회담을 서둘러 추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지지층이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으므로 빠르게 원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할 동력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야권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두고 여야간 다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 후보를 만난 게 수사기관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맹공격을 가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이 지사가 후보로 확정된 민주당의 대선 경선 결과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전 대표 측 인사까지 이러한 흐름에 가세해 이 후보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심지어 이 후보와 이 전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의 한 찻집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지지자들 사이의 갈등은 이어졌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며 선거대책위원회의 상임고문을 맡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날 회동이 이뤄진 찻집 앞에는 양측 지지자 100여명이 모여 서로를 향해 욕설을 하고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이 후보와 만난 자리에서 "경쟁을 치르고 나면 그 경쟁 때문에 생긴 상처를 서로 아우르고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이 전 대표와 (만난 부분은)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 또한 당내 지지층 사이의 갈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이번 만남이 지지층의 결집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 사이의 만남은 자주 있었던 일이고, 만남이 이뤄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 후보가 지난 10일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최종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 만에 이뤄졌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지 이틀 만에 청와대로 초청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경선이 끝난 지 13일 만에 만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회동은 과거 대통령들이 그랬던 것처럼 의례적인 만남이라고 본다"며 "국정감사 등 일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충분히 그사이에 빠르게 만날 수 있었는데 늦어졌다는 부분에서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동이 지지자들에게 원팀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이라며 "당내 갈등의 골이 상당히 깊은 수준이어서 특별한 영향을 끼치리라고 확신하기 어려울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둘의 만남을 두고 "(문 대통령이) 이 후보를 보호하라고 하는 지시를 사실상 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대장동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만남 자체가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현직 대통령이 여당의 대선 후보를 청와대로 불러 만나는 건 명백한 선거개입 행위"라며 "문 대통령의 행위는 정부 부처 공무원들에게 매우 위험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두 사람의 만남이 더 문제인 것은 이 후보가 대장동 게이트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기 때문"이라며 "안 그래도 검찰이 수사의 ABC도 지키지 않으면서 '이재명 일병 구하기'를 한다는 말을 듣는데 이 정도면 대놓고 봐주라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의 만남은 논의조차 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오늘 만남은 묵시적 가이드라인이 되어 수사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대장동 게이트 수사에 관한 다른 선택지는 삭제됐다"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수사를 위해 여당과 이 후보는 특검과 국정조사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오늘 만남에서 문 대통령은 이 후보의 대장동 게이트를 덮어주고,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신변안전을 보장하는 뒷거래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서로의 약점을 이용하는 뒷거래는 추악한 법치파괴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차담 과정에서 "대장동의 '대'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야권의 대선 후보가 선출되고 요청이 있다면 문 대통령과 만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여권 지지층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회담을 서둘러 추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지지층이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으므로 빠르게 원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할 동력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야권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두고 여야간 다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 후보를 만난 게 수사기관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맹공격을 가했다.
文 "이낙연 만난 것 좋았다"지만…與 지지층 내홍 '현재진행형'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후보의 경선 승리 이후에도 내홍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 후보가 경선에 승리했다는 결과가 발표된 지난 10일 이낙연 전 대표의 일부 지지자를 비롯한 권리당원들은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 모여 "사사오입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이 지사가 후보로 확정된 민주당의 대선 경선 결과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전 대표 측 인사까지 이러한 흐름에 가세해 이 후보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심지어 이 후보와 이 전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의 한 찻집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지지자들 사이의 갈등은 이어졌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며 선거대책위원회의 상임고문을 맡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날 회동이 이뤄진 찻집 앞에는 양측 지지자 100여명이 모여 서로를 향해 욕설을 하고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이 후보와 만난 자리에서 "경쟁을 치르고 나면 그 경쟁 때문에 생긴 상처를 서로 아우르고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이 전 대표와 (만난 부분은)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 또한 당내 지지층 사이의 갈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이번 만남이 지지층의 결집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 사이의 만남은 자주 있었던 일이고, 만남이 이뤄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 후보가 지난 10일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최종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 만에 이뤄졌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지 이틀 만에 청와대로 초청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경선이 끝난 지 13일 만에 만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회동은 과거 대통령들이 그랬던 것처럼 의례적인 만남이라고 본다"며 "국정감사 등 일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충분히 그사이에 빠르게 만날 수 있었는데 늦어졌다는 부분에서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동이 지지자들에게 원팀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이라며 "당내 갈등의 골이 상당히 깊은 수준이어서 특별한 영향을 끼치리라고 확신하기 어려울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野, 대장동 거론하며 "수사가이드 라인 주는 것" 맹폭…靑 "'대'자도 나오지 않아"
야권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이 후보를 문 대통령이 만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기현 원내대표부터 대권 주자까지 당내 주요 인사들이 직접 나서 둘의 차담을 강력하게 비판했다.김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둘의 만남을 두고 "(문 대통령이) 이 후보를 보호하라고 하는 지시를 사실상 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대장동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만남 자체가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현직 대통령이 여당의 대선 후보를 청와대로 불러 만나는 건 명백한 선거개입 행위"라며 "문 대통령의 행위는 정부 부처 공무원들에게 매우 위험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두 사람의 만남이 더 문제인 것은 이 후보가 대장동 게이트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기 때문"이라며 "안 그래도 검찰이 수사의 ABC도 지키지 않으면서 '이재명 일병 구하기'를 한다는 말을 듣는데 이 정도면 대놓고 봐주라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의 만남은 논의조차 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오늘 만남은 묵시적 가이드라인이 되어 수사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대장동 게이트 수사에 관한 다른 선택지는 삭제됐다"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수사를 위해 여당과 이 후보는 특검과 국정조사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오늘 만남에서 문 대통령은 이 후보의 대장동 게이트를 덮어주고,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신변안전을 보장하는 뒷거래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서로의 약점을 이용하는 뒷거래는 추악한 법치파괴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차담 과정에서 "대장동의 '대'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야권의 대선 후보가 선출되고 요청이 있다면 문 대통령과 만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