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추경했나? 2200억 혈세 낭비"…교사들 뿔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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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교육회복 지원 사업에 2200억원 투입
교육 현장에선 '빈틈 투성이 예산 집행' 비판
'가이드 미비' 혈세 집행에 '혈세 낭비' 지적
전문가 "모럴해저드…예산 적재적소에 써야"
교육부 "교육 현장 의견 청취해 차후 반영"
교육 현장에선 '빈틈 투성이 예산 집행' 비판
'가이드 미비' 혈세 집행에 '혈세 낭비' 지적
전문가 "모럴해저드…예산 적재적소에 써야"
교육부 "교육 현장 의견 청취해 차후 반영"
국고에 다 환수조치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혈세 낭비입니다.#경기도에 있는 한 중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 A씨는 최근 교육청에서 내려온 공문을 보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정부가 지난 7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교육부가 추가로 확보한 예산 6조4000억원 중 2200억원이 배정된 '교과 보충 집중(학습 도움닫기) 프로그램' 사업 관련 공문이었다. 코로나19로 발생한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학급당 약 90만원을 사용하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수업을 어떻게 구성할지도 막막하고 필요한 서류 작업도 크게 늘어 교사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 계획도 없이 아무렇게나 돈 쓰는 사업을 위해 우리가 세금 내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이 사업 생각만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토로했다.
'교과 보충 집중(학습 도움닫기)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회복 종합방안'의 일환인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등교와 원격 수업을 병행해 발생하는 학습 결손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됐다. 연말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2200억원이 사용된다. 기본운영비에 추가지원금까지 포함해 학급당 약 90만원 안팎이 배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예산 집행 기간은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다.
담임·교과 교사 및 외부 강사가 1~10명까지 학생 수를 구성해 전교과(예체능 포함)를 학생 맞춤형으로 교과 보충을 한다. 운영 시간은 방과후·주말·방학 중 모두 가능하다. 강사의 보충수업 시급은 4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추진비성 경비로 급량비(식비) 8000원, 간식비 4000원까지 집행이 가능하다.
다만 교육부는 수업 구성 등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두지 않았다. 자율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와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육 회복이라는 사업 취지와 달리 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혈세 낭비다", "규제가 있어야할 곳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대로된 공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기한을 주고 계획을 세우게 했어야 한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B씨는 "학생들한테 농구를 시키거나 영화를 틀어주고 교사가 돈을 받아가도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서울 고등학교 교사 C씨는 "예산을 일방적으로 내려보내고 서류 올리면 돈을 줄테니 그냥 쓰라고 해서 매우 황당했다"며 "교사이기에 앞서 한 국민으로 볼 때 우리 세금이 이런 방식으로 쓰이는 데 대해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혈세 낭비, 성 문제 등 가능성
…빈틈 투성이 예산집행
일부 교사들은 성 관련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수업당 학생 수는 최대 10명까지 가능하지만 1대1 수업도 가능하고 방과후·주말·방학 등 일과시간 후 보충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보는 눈'이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다.경기도 초등학교 교사 D씨는 "남교사와 여학생, 여교사와 남학생이 1대1로 방과후나 주말에 보충 수업을 한다면 성과 관련된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일과가 끝나고 보충 수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일과 중에 진행하고 강사비를 타가는 교사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보충 수업 마다 학생 수가 다른 데 시급은 같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에 관련 예산이 3500억원으로 늘어나지만 보다 효과적인 예산 집행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교육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초학력 미달이나 코로나19 이후 등교율 등 기준을 마련해 예산을 더 적재적소에 써야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사업 진행으로는 교사들의 업무만 가중되고 학습 결손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성호 중앙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는 "지역별·초중고교별로 교육 양극화가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중앙에서 판단할 수요파악과 예산집행을 모두 단위학교에게 떠넘긴 것"이라면서 "정상적으로 지원 사업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일단 쓰고 보는 식이 아니라 교육부가 기준을 만들고 심사 과정을 거쳐 각 사업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연말마다 지자체 예산이 남아 도로 포장에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교육현장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형적인 도덕적해이(모럴 해저드)"라고 평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과 논의해 부적절한 예산 집행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교육 현장의 어려움 등도 청취해 차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