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엣지] 카드사 '앱 카드 연동' API 내달 개발...간편결제 경쟁 격화될까
한 신용카드사의 간편결제 앱에서 다른 회사 카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격 개발이 다음달 완료된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에 맞서기 위한 카드업계의 ‘적과의 동침’이 조만간 닻을 올릴 전망이다.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앱 카드 상호 연동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규격 개발이 내달께 완료된다. 현재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으론 모든 카드사들의 카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반면 각 카드사들의 앱에선 자사의 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신한카드 앱에서도 KB국민카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상용화에 필요한 추가 작업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최초 앱 카드 연동 사례가 나올 수 있을 전망이다.

빅테크가 빠르게 결제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 속에서 9개 주요 카드사들이 이 같은 API 개발에 뜻을 모았다. 플랫폼 경쟁력을 키워 빅테크 종속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앱카드 연동’이 대형 카드사에만 유리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아 카드사들이 실제 ‘100% 연합 전선’을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카드사들은 현재 앱 카드 연동을 구현하기 위한 규격 개발에 합의한 것일 뿐이다. 실제 자사 앱 카드 문호를 타사에 개방할 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카드사들이 적지 않다.

시장점유율 상위 업체이면서 ‘신한플레이’와 ‘KB페이’ 등 자체 금융 플랫폼 확장을 꾀하고 있는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앱 카드 개방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중소형 카드사 중 일부는 대형 카드사들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형카드와 중소형카드를 동시에 사용하는 고객이라면 대형카드사 앱을 주 플랫폼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카드사들끼리의 통합 앱을 별도로 만든다면 몰라도 지금의 방식으로는 중소형 카드사들의 앱 방문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 등 다른 계열사의 금융 서비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앱을 갖고 있는 은행계 카드사와 달리 비은행계 카드사는 플랫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론 모든 카드사들이 앱 카드를 오픈하겠지만 각사의 전략과 사정에 따라 단기적으론 개방에 주저하는 회사들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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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