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장동 분양업자 "부당이득 몸통, 왜 구속 못하는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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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자금흐름 '키맨' 이기성
'김만배 100억' 나석규에 전달
"대장동 몸통, 구속 없이 거리 활보 의아"
"박영수-김만배, 특검 이후 사이 멀어져"
'김만배 100억' 나석규에 전달
"대장동 몸통, 구속 없이 거리 활보 의아"
"박영수-김만배, 특검 이후 사이 멀어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경기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민간 사업자들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한 건 명백한 사실”이라는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검찰 수사에 대해선 “소위 ‘대장동 몸통’들에 대한 구속 수사 없이 활보하도록 내버려두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씨는 대장동 15개 블록 중 화천대유가 성남의뜰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직접 시행에 나선 5개 블록의 아파트 분양대행을 전담한 인물이다.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박영수 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와는 인척 관계다.
그는 대장동 개발업체인 화천대유와 관련한 수상한 자금흐름의 한복판에 서 있다. 2019년 4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는 회사에서 빼돌린 473억원 중 109억원을 이씨에 건넸다. 그는 이 돈을 다시 건설업자 나석규 씨에 전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나씨가 이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수차례에 걸쳐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과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이씨는 당국 수사에 대해 “도대체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어마어마한 돈을 나눠먹은 몸통들이 구속도 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건 개인적으로 이해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지난 18일 미국에 머물다 자진 귀국한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입국 직후 체포됐다가 구속 없이 풀려났다.
이씨는 ‘정영학 녹취록’에 대해 “100% 맞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천화동인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700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한 내용 등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정 회계사가 녹음을 하는 걸 알고 일부러 ‘독(거짓말)’을 풀었다”며 녹취의 증거능력을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씨는 “‘대장동팀’이 돈 때문에 다툰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많이 들어서 터질 것이 터졌다고 직감했다”며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는 김씨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씨는 권순일 전 대법관을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하면서 “‘재판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7월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다수 의견을 냈다.
이씨는 “김씨와 이 후보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였느냐에 따라 그렇게(재판거래) 볼 수도 있겠다고 본다”고 했다.
인척관계인 박영수 전 특검은 대체로 두둔했다. 이씨는 “박 전 특검은 제가 볼 때는 진짜 좀 황당할 사람 중 하나”라며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고문료 이외에 저나 딴 데서 받은 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와 박 전 특검의 관계에 대해 이씨는 “원래는 관계가 좋았지만 국정농단 특검을 맡은 뒤엔 김씨와 관계가 별로 정도가 아니고 상당히 틀어진 것으로 안다”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특검 이후 둘 관계가 상당히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국정농단 특검 이전인 2015년 9월경 최순실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를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했다.
이씨는 “예전에 남욱의 대장동 개발업체인 판교AMC와 계약을 맺어 분양·홍보·설계·토목에 대한 권리를 얻었다”며 “저희가 해당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어 나씨를 남욱에 소개시켜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2015년 남 변호사가 개발로비 사건으로 검찰에 구속되고 대장동 사업권이 김만배로 넘어가면서 나씨에 토목사업권을 주겠다는 약속은 없던 일이 된다. 이씨는 “이후 나씨가 저보고 ‘사기꾼’ 소리까지 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며 “결국 토목사업으로 나씨가 얻을 마진을 100억원으로 보고 그 정도 액수를 돌려주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100억원을 김씨가 준 것에 대해선 “어느 주머니에서 나오든 그 건을 해결해달라고 남욱에 요청을 했을 뿐”이라며 “저는 그들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씨로부터 100억원을 받은 나석규 씨는 이후 2019년 12월 KH그룹이 인수를 포기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대양금속 인수에 나선다. 2020년 5월엔 남 변호사와 함께 다이나믹디자인(옛 세화아이엠씨)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이씨는 “나씨가 이후 어디에 돈을 썼는지는 알지 못했다”며 “(기사를 보고)그 돈을 불리기 위해 남욱과 붙어서 여러 가지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나씨는 남 변호사를 통해 유동규 전 본부장에도 8억3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에는 나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가 기재됐다.
이씨는 “나씨가 남욱을 구워삶고 유동규와도 뭔가 거래를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나씨는 그 돈을 절대로 그냥 줄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검찰 수사에 대해선 “소위 ‘대장동 몸통’들에 대한 구속 수사 없이 활보하도록 내버려두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만배, 손가락으로 하늘 가리려 해"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이기성 씨(50)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시행사 선정 과정부터 전부 다 ‘짜고 친 고스톱’이었으면 김만배·남욱 등 대장동 몸통들은 당연히 부당이득을 얻은 것”이라며 “누가 봐도 그렇고 저도 그들이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이씨는 대장동 15개 블록 중 화천대유가 성남의뜰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직접 시행에 나선 5개 블록의 아파트 분양대행을 전담한 인물이다.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박영수 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와는 인척 관계다.
그는 대장동 개발업체인 화천대유와 관련한 수상한 자금흐름의 한복판에 서 있다. 2019년 4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는 회사에서 빼돌린 473억원 중 109억원을 이씨에 건넸다. 그는 이 돈을 다시 건설업자 나석규 씨에 전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나씨가 이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수차례에 걸쳐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과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이씨는 당국 수사에 대해 “도대체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어마어마한 돈을 나눠먹은 몸통들이 구속도 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건 개인적으로 이해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지난 18일 미국에 머물다 자진 귀국한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입국 직후 체포됐다가 구속 없이 풀려났다.
이씨는 ‘정영학 녹취록’에 대해 “100% 맞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천화동인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700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한 내용 등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정 회계사가 녹음을 하는 걸 알고 일부러 ‘독(거짓말)’을 풀었다”며 녹취의 증거능력을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씨는 “‘대장동팀’이 돈 때문에 다툰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많이 들어서 터질 것이 터졌다고 직감했다”며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는 김씨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씨는 권순일 전 대법관을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하면서 “‘재판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7월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다수 의견을 냈다.
이씨는 “김씨와 이 후보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였느냐에 따라 그렇게(재판거래) 볼 수도 있겠다고 본다”고 했다.
인척관계인 박영수 전 특검은 대체로 두둔했다. 이씨는 “박 전 특검은 제가 볼 때는 진짜 좀 황당할 사람 중 하나”라며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고문료 이외에 저나 딴 데서 받은 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와 박 전 특검의 관계에 대해 이씨는 “원래는 관계가 좋았지만 국정농단 특검을 맡은 뒤엔 김씨와 관계가 별로 정도가 아니고 상당히 틀어진 것으로 안다”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특검 이후 둘 관계가 상당히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국정농단 특검 이전인 2015년 9월경 최순실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를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했다.
"나석규 100억 어디 썼는지 몰랐다"
이씨는 100억원을 건설업자 나석규 씨에 전달한 이유에 대해선 “합의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앞서 나씨는 2014~2015년 대장동 토목사업자 선정을 부탁하며 이씨를 통해 남 변호사에 20억원을 건넸다.이씨는 “예전에 남욱의 대장동 개발업체인 판교AMC와 계약을 맺어 분양·홍보·설계·토목에 대한 권리를 얻었다”며 “저희가 해당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어 나씨를 남욱에 소개시켜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2015년 남 변호사가 개발로비 사건으로 검찰에 구속되고 대장동 사업권이 김만배로 넘어가면서 나씨에 토목사업권을 주겠다는 약속은 없던 일이 된다. 이씨는 “이후 나씨가 저보고 ‘사기꾼’ 소리까지 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며 “결국 토목사업으로 나씨가 얻을 마진을 100억원으로 보고 그 정도 액수를 돌려주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100억원을 김씨가 준 것에 대해선 “어느 주머니에서 나오든 그 건을 해결해달라고 남욱에 요청을 했을 뿐”이라며 “저는 그들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씨로부터 100억원을 받은 나석규 씨는 이후 2019년 12월 KH그룹이 인수를 포기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대양금속 인수에 나선다. 2020년 5월엔 남 변호사와 함께 다이나믹디자인(옛 세화아이엠씨)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이씨는 “나씨가 이후 어디에 돈을 썼는지는 알지 못했다”며 “(기사를 보고)그 돈을 불리기 위해 남욱과 붙어서 여러 가지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나씨는 남 변호사를 통해 유동규 전 본부장에도 8억3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에는 나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가 기재됐다.
이씨는 “나씨가 남욱을 구워삶고 유동규와도 뭔가 거래를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나씨는 그 돈을 절대로 그냥 줄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