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용찬 은성정밀인쇄 대표가 생산 중인 제품 포장지를 점검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석용찬 은성정밀인쇄 대표가 생산 중인 제품 포장지를 점검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고가 양주와 인삼 같은 제품들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패키지가 사용된다. 포장에 흐릿한 잉크나 오자 표시 등이 있다면 상품 자체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다. 은성정밀인쇄는 1976년부터 고급 포장지 등에 쓰이는 ‘특수인쇄’를 다루는 전문업체다. 홍삼 제품을 비롯해 양주 및 건강식품·과자·화장품 등 패키징에 이 회사 제품이 쓰이고 있다.

특수인쇄로 제작하는 고품질 패키지 인쇄 분야는 기술 난도 문제로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일반적인 인쇄 기계로는 제작이 불가능하고 코팅, 형압(인쇄물 표면에 금박·엠보싱 등 가공처리), 톰슨(인쇄물을 디자인 형태로 오려내는 작업) 등 수십 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UV(자외선) 인쇄와 같이 금지나 은지를 인쇄할 때 자외선을 사용해 잉크를 순식간에 건조시키는 특수 기술을 쓰기도 한다.

은성정밀인쇄는 특수인쇄의 불량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공정마다 철저한 품질검수 절차를 거쳐 포장 패키지를 완성하고 있다. 인쇄 과정에서 제품명, 디자인, 기본 컬러, 패키지 형태, 작업수량, 변경사항 등을 확인하고 작업 직원들이 원지의 수축이나 휨현상, 원지에 낀 이물질 등도 수시로 점검한다.

석용찬 은성정밀인쇄 대표는 “2013년부터 MES(제조실행시스템) ERP(전사적자원관리) 등 경영혁신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생산 프로세스를 대폭 손질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대표로 취임한 뒤 인쇄 불량의 40%에 달하던 휴먼에러 발생률이 3% 미만까지 줄었다.

새 공법도 꾸준히 개발해 포장 품질을 높이고 있다. 겨울철 발생하는 인쇄물 뜯김, 깨짐(크랙) 현상을 막기 위해 회사 연구원들은 원지나 잉크, 코팅액 등을 다양하게 테스트해 인쇄물 표면의 잉크가 장기간 벗겨지지 않는 제품을 개발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인쇄업계에 확산하자 친환경 공법인 ‘무습수 UV인쇄’ 기술을 국내에서 처음 개발했다. 무습수 인쇄는 물과 화학 첨가물의 혼합체인 습수액을 사용하지 않는 인쇄 방법으로 약품에 따른 폐수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공법이다.

석 대표는 “무습수 UV인쇄 기술로 2019년 일본의 무습수인쇄협회(WPA)로부터 ‘친환경 인쇄 인증마크’를 획득했다”며 “고객사들도 점차 친환경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려 노력하고 있어 이 같은 인증이 포장에 붙으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회사 실적은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지난해 매출 177억원을 기록했다. 석 대표는 “앞으로 지역의 영세 인쇄업체를 한데 모아 인쇄업체들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인쇄 패키징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석 대표는 포장용 플라스틱 성형용기 제조업체인 화남인더스트리 대표로도 재직 중이다. 2013년 사업 시너지를 위해 은성정밀인쇄를 인수했다. 지난해부터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메인비즈협회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메인비즈 인증’을 해주는 단체로 인증기업은 1만9000여 개에 달한다.

파주=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