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도 흑자전환…SK하이닉스, 11.8조 역대 최대 매출
SK하이닉스가 피크아웃(반도체값 하락 반전) 논란이 거셌던 지난 3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창이던 2018년 이후 처음으로 4조원대로 복귀했다. 생산과 재고를 유연하게 조절해 반도체 가격을 방어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만년 적자 사업으로 꼽혔던 낸드플래시가 흑자로 돌아선 것도 영업이익을 늘릴 수 있던 요인으로 꼽힌다.

낸드플래시 흑자 전환 성공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11조8053억원의 매출과 4조171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26일 발표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5% 늘었고, 영업이익은 220% 급증했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와 55% 증가했다.

3분기 실적은 역대급으로 평가된다. 종전 분기 매출 최고 기록인 2018년 3분기(11조4168억원)를 뛰어넘었다. 분기 영업이익도 2018년 이후 처음으로 4조원대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낸 것은 서버와 스마트폰 반도체 수요가 꾸준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출하량을 조절해 반도체 판매 가격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통해 확대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경영지원담당(CFO)은 실적 발표 직후 콘퍼런스콜에서 “PC용 D램 수요가 감소하고 일부 고객이 재고를 소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면서도 “D램 출하량을 전 분기와 비교해 10% 이상 줄인 덕에 평균 판매가가 10% 가까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낸드플래시 사업의 흑자 전환도 영업이익에 보탬이 됐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2018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1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왔다. SK하이닉스는 주력 제품인 128단 4D 낸드의 비중을 75%까지 올렸고,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도 높여 원가경쟁력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환율도 SK하이닉스에 우호적이었다. 3분기 중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으로만 약 4000억원을 벌어들였다. 국내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수출하는 SK하이닉스는 원화가 약세일 때 환차익을 얻는다. 환차익은 순영업외이익으로 계산한다.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전 분기 말보다 3조3800억원 늘어난 10조100억원으로 증가했다.

장비 주문 두 달 이상 앞당겨

SK하이닉스는 4분기부터 생산량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D램 출하량 증가율은 한 자릿수 중후반, 낸드 증가율은 3분기에 이어 두 자릿수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고객사 재고 이슈가 불거지거나 협상 상황에 변수가 발생하면 3분기처럼 유연하게 출하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였다. 노 담당은 “서버와 스마트폰용 메모리 수요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낸드플래시는 시장 상황이 계속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출하량을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조절하는 기조는 상당 기간 유지될 전망이다. 노 담당은 “D램의 경우 기술 난제를 해결하고 고객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수익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수익성 중심의 운영은 반도체 경기 사이클과 상관없이 회사 방침으로 가져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콘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불안을 감안해 내년 경영 계획을 예년보다 두 달 이상 앞당겨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장비업체의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진 점을 감안해 필요한 장비는 일찌감치 발주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 대해선 연내 클로징(마무리)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이수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