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이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누적 순이익이 일제히 지난해 이익 규모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인 자금 수요가 늘어나 대출자산이 증가한 데다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내며 이자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금융을 제외한 4개 금융그룹은 ‘역대 최대’ 규모의 이익을 올렸는데 올 연말에도 ‘실적 잔치’를 예고하고 있다.

세 분기 만에 작년 이익 넘어서

'빚투'에 5대 금융그룹 이자수익 급증
신한금융은 지난 3분기 1조115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26일 공시했다. 작년 3분기 순이익 1조1447억원보다 2.5% 줄어든 규모다. 하지만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3조559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7% 많았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3조4146억원)을 넘어선 수치로 ‘연간 역대 최대 기록’을 세 분기 만에 깼다.

신한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주당 260원 규모의 분기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금융그룹이 상반기 중간배당을 실시한 뒤 3분기 연말배당을 예고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신한금융은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배당액을 2분기 주당 300원에서 소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5대 금융그룹 모두가 올해 세 분기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올렸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KB금융의 누적 순이익은 3조772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1% 증가했고, 하나금융도 2조6815억원으로 27.4% 급증했다. 우리(2조1983억원)와 농협(1조8247억원)의 3분기 누적 순이익 또한 각각 92.8%, 24.9% 늘었다.

이자도 깎지 말라는 당국

실적 호전의 원인은 올 들어 ‘영끌’ ‘빚투’가 이어진 데다 코로나19로 생활자금 수요가 줄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형은행들의 원화대출 자산은 전년 3분기 대비 5.5%(국민은행)에서 6.9%(우리은행)까지 불었다.
'빚투'에 5대 금융그룹 이자수익 급증
여기에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예대마진도 커졌다. KB금융그룹과 국민은행의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83%, 1.58%로 작년 3분기(1.73%, 1.49%)보다 각각 0.1%포인트, 0.09%포인트 높아졌다.

다른 금융그룹도 비슷했다. 업계 수위를 다투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3분기 기준 이자이익은 각각 2조8543억원, 2조3056억원으로 작년 3분기 대비 16.0%,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올초부터 대형은행들에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우대금리 축소 등으로 대응하면서 이자마진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가계대출 규제·코로나19가 변수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4분기에도 대형 금융지주의 ‘호실적’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그룹들은 기업설명회(IR)에서 향후 변수로 당국의 가계대출 추가 규제와 코로나19 ‘출구전략’에 따른 리스크 증대를 꼽았다. 방동권 신한금융지주 상무는 “다중채무 과다채무 등 고위험군 비중을 선제적으로 얼마나 축소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장 카드론 등 2금융 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본격화하면 금융그룹 산하 2금융 회사의 수익이 줄고, 주식시장이 변곡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증권회사의 수익도 감소할 수 있다.

금융그룹들이 ‘실탄’을 발판으로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성욱 우리금융 전무는 “내부등급법이 승인되면 사업그룹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해 증권사와 벤처캐피털 등의 인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IR에서 “향후 차별화의 관건은 기업금융, 투자은행, 자산관리 부문에서의 혁신과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 차주의 이자상환유예 조치에 대한 연착륙 방안을 어떻게 마련하는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대훈/빈난새/박진우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