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K통계시스템 구축을 위해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K통계시스템은 최신 암호기술을 활용해 최고 정보보안 환경에서 다양한 기관에 산재된 민간·공공 빅데이터의 연계·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통계청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와 ‘가맹분야 통계 활용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서울시가 운영하는 상암동 서울시 빅데이터캠퍼스에 통계청의 통계데이터센터를 입주시켰다. 통계데이터센터는 통계청이 보유한 통계데이터와 다른 공공 및 민간 기관의 데이터를 연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이다. 서울시의 빅데이터캠퍼스와 같은 공간을 활용하면서 두 기관의 데이터 분석과 활용이 동시에 가능해져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국가 데이터 허브 역할을 맡고 있는 통계청은 통계의 날인 지난달 1일 포스트코로나와 디지털경제 시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의 가치·생산·서비스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선언에는 2025년까지 통계청과 국가 통계·데이터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목표, 계획을 담았다.
한국판 국가데이터 체계인 K통계시스템은 맨 앞에서 데이터의 가치를 창출하면서 대전환을 이끌어갈 핵심 동력이다. 데이터는 모으면 가치가 증가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현재 정부와 공공기관은 각자 유용한 공공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데이터들이 흩어진 상태로 별도로 보관돼 있어 잠재된 가치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K통계시스템을 활용하면 이들 데이터를 최신 암호 기술로 안전하게 연결해 막대한 정보의 부가가치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다. 데이터를 ‘더 모아, 더 안전하게, 더 많이’ 쓸 수 있게 한다는 것이 K통계시스템 구축의 목표다.
통계청은 K통계시스템이 구축되면 데이터 활용 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초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의 흩어진 데이터를 통계청의 인구가구 통계등록부와 연결하면 노인연금 실태를 한눈에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아동 관련 수당도 아동 가구 통계등록부와 결합하면 아동 가구의 구조 및 특성, 빈곤·장애 아동 가구의 가구적 특성 등을 자세하게 알 수 있게 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정부의 증거 기반 정책 수립에 K통계시스템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데이터 생산 패러다임도 획기적으로 바뀐다고 했다. 1인 가구 증가, 개인 정보보호 의식 강화 등의 사회적 변화에 지난해 코로나19 발발까지 겹쳐 국가통계 작성을 위한 전통적인 대면 방문면접 조사는 커다란 한계에 봉착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통계청은 2025년까지 행정자료 활용의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 국민 응답 부담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내년에는 첨단 정보기술(IT)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집중형 비대면 조사센터를 신설하고 2028년까지 월간경제동향 통계조사의 90%를 비대면 조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통계청은 적극행정의 일환으로 ‘(통계)이용자가 만족할 때까지’라는 모토하에 국가통계 정보제공서비스에도 질적인 변화를 추구하기로 했다. 개인정보보호 등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누구나 자료를 열람하고 이용할 수 있는 ‘통계자료 더 이용’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지도와 빅데이터를 결합한 통계지리정보 시스템도 점진적으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통계데이터와 민간데이터를 연계 및 융합할 수 있는 공간인 통계데이터센터도 2023년까지 전국 14곳으로 늘리고 제공 자료와 서비스를 확충할 계획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챗봇서비스를 도입한다.
류근관 통계청장은 “K통계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며 “데이터 생산과 서비스 개선으로 국가통계와 데이터가 대한민국의 경제 회복과 재도약,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