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기업이 받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탄소를 줄여야 하는 1차 부담 외에 기후와 환경을 위해 각종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공시의무도 생길 전망이다.

2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까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운데 기후·환경 공시기준서를 먼저 제정해 일정 규모를 넘는 상장사에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이 다음달 1~12일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설립을 발표하고, 내년 4월 기후·환경 기준서 초안을 내는 데 대응하는 차원이다. 한국도 다음달 새로운 기후·환경 기준서 제정 작업을 맡을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설립을 발표하고 출범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다.

세계에 통용되는 기후·환경 기준서가 마련되면 모든 기업은 환경 자산 비중 등을 사업보고서에 공시해야 한다. 재무제표와의 연계성을 어떻게 가져갈지는 추후 논의를 통해 확정하기로 했다. 새 IFRS 기준서가 확정되면 산업과 투자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 글로벌 기업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ISSB의 초안을 토대로 기준서를 해석·보완해 2024년까지 한국형 기준서를 확정할 계획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ESG 중 지배구조와 사회 부문은 해석의 다양성이 너무 커 전 세계가 동의하는 하나의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며 “환경 공시기준 도입만으로도 글로벌 산업 판도를 바꾸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SSB는 10여 명의 기술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위원회는 기업(4명), 투자사(2명), 회계법인(2명), 애널리스트(2명) 등으로 구성돼 한국형 기후·환경 기준서 제정 작업을 주도하게 된다. LG, SK, 포스코, KB금융, 삼일회계법인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세계 주요국도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북미에선 일찌감치 캐나다 토론토가 ISSB 본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중국 베이징도 신청서를 내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