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장잠재력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어 향후 10년 안에 경제성장이 멈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코로나19 기저효과와 수출 호조에 따른 착시가 경제 기초체력 저하를 일시적으로 가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7일 내놓은 ‘성장률 제고를 위한 전략과 비전’ 보고서에서 “저성장 기조의 구조적인 고착화가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한경연은 생산·소비·투자 등 대부분의 거시경제 지표가 10년간 암울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은 2010년 6.8%에서 지난해 0.9% 수준까지 가파르게 하락했다. 민간 소비성장률은 2010년 4.4%에서 작년 -5.0%까지 역성장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수출 증가율도 2010년 13.0%에서 작년엔 -1.8%로 하락했고, 2010년 2.9%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2%)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0.5%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잠재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세 번의 위기를 거치면서 과거 8.3%에서 최근 2.2% 수준까지 가파르게 하락했다. 한경연은 향후 10년 내 잠재성장률은 현재 수준보다도 더 낮은 0%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성장전략의 한계, 경직적 노동시장 및 기술 혁신성 둔화가 지목됐다. 특히 글로벌 주요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잠재성장률이 하강하고 있다는 것이 한경연의 설명이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성장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선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끌어내야 한다”며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성장률 제고가 차기 정부의 정책 1순위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