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희귀성 혈액질환 치료제인 알렉시온의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쳤다. 임상에 들어간 지 2년여 만이다.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 암젠을 압도하는 속도다.

삼성바이오에피스, 희귀 혈액藥 임상 끝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SB12’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회사는 2019년 8월부터 한국을 비롯한 8개국에서 3상을 시작했다.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 질환은 염색체 돌연변이 때문에 생기는 희귀질환이다. 걸리면 급성 신부전과 감염, 출혈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주력 치료제는 솔리리스다. 연간 치료비가 수억원에 이르는 대표적인 고가 약 중 하나다. 알렉시온은 지난해 솔리리스 하나로 40억6420만달러(약 4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SB12에 대해 품목허가를 받으면 ‘퍼스트 바이오시밀러’가 된다. 솔리리스보다 싼 가격에 내놓는 만큼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솔리리스가 초고가 의약품이라는 점을 감안해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에게 최대 2년간 SB12를 무상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SB12 최종 품목허가를 받아내면 판매 허가 승인을 받은 파이프라인은 총 7개로 늘어난다. 임상 3상 중인 아일리아(애플리버셉트), 프롤리아(데노수맙),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를 포함한 전체 파이프라인은 10개다. 글로벌 주요 바이오시밀러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업계는 2012년 태어난 ‘열 살배기’가 다국적 제약사보다 많은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빠른 임상 설계 및 임상 진행을 꼽는다. 이번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도 시작은 암젠이 빨랐지만, 결승점에 먼저 도착한 건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의료 미충족 수요가 큰 지역과 국가를 공략한 덕분에 암젠보다 먼저 환자 모집을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