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범의 별 헤는 밤] 은하수가 지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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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은하수의 계절이 끝나간다. 이른 봄, 새벽까지 기다려서 보던 화려한 여름 은하수가 벌써 초저녁에 서쪽 하늘에서 잠시 보이다가 사라져 간다. 이제 은하수가 다시 뜰 때까지 멋진 별자리와 그 사이의 아름다운 가스성운, 멋진 외부은하를 즐길 수 있다. 그래도 화려한 은하수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산꼭대기 천문대에서 내려다보면 단풍이 저 멀리 한참 아래까지 내려갔다. 깊어진 가을에 많은 사람이 땅 위의 단풍을 보러 다니지만 우리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은하수를 보낸다. 한동안 날씨가 안 좋아서 별을 못 보다가 오랜만에 갠 날,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하늘에 높게 떠 있는 오리온자리를 발견하곤 계절의 변화를 깨달아 깜짝 놀라기도 한다. 바야흐로 두툼한 방한복을 챙겨서 밤하늘 별 구경하기 좋은 계절이 시작됐다.
이 시기면 별 보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 분주해진다. 태백산맥을 끼고 있는 봉화나 영양처럼 밤하늘이 어두운 곳을 찾아 나서고, 고흥의 누리호 발사 장면을 담으러 가는 이도 있다. 보현산천문대 입구 주차장에도 야간에 별 보는 사람이 무척 늘었다. 별을 보려면 하늘이 맑아야 하고, 오지를 찾아다녀야 하고, 밤을 새워야 하고, 추위도 견뎌야 한다. 마음먹고 나서지 않으면 보기 어렵지만, 별을 보는 즐거움은 이 모두를 이겨낼 수 있는 추억과 즐거움을 준다.
비록 날씨 변화가 심하긴 해도 보현산천문대에 외부 관측자가 1~3명씩 찾아오고, 새로운 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기존의 장비를 점검하는 등의 이유로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 미뤄뒀던 전기, 전자 시설 점검 등 점점 천문대에 활기가 느껴진다. 더불어 주말이면 주차장이 가득 찰 정도로 차량이 많아졌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현장 관측을 포기하기도 했는데, 이제 일상으로 돌아온 듯하다. 그래도 두 명까지 쓸 수 있는 숙소에 한 명만 들어가야 하니 천문대에 머물 수 있는 방문자는 제한적이다. 또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대면해야 하니 같이 차 한 잔 나누기도 어렵다. 마지막 남은 자유로운 일상이 기다려진다.
전영범 <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이 시기면 별 보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 분주해진다. 태백산맥을 끼고 있는 봉화나 영양처럼 밤하늘이 어두운 곳을 찾아 나서고, 고흥의 누리호 발사 장면을 담으러 가는 이도 있다. 보현산천문대 입구 주차장에도 야간에 별 보는 사람이 무척 늘었다. 별을 보려면 하늘이 맑아야 하고, 오지를 찾아다녀야 하고, 밤을 새워야 하고, 추위도 견뎌야 한다. 마음먹고 나서지 않으면 보기 어렵지만, 별을 보는 즐거움은 이 모두를 이겨낼 수 있는 추억과 즐거움을 준다.
보현산천문대로 '별 구경' 인파
보현산천문대에서 팔공산 위로 지고 있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엔 낮게 금성이 밝게 빛나고, 왼쪽엔 높게 목성과 토성이 보인다. 도시의 밝은 불빛도 1124m 천문대에서는 발아래의 멋진 풍경이 된다. 움직이는 별을 추적할 수 있는 작은 망원경을 설치해 초점을 조절하면 토성의 테가 선명하게 보인다. 사람의 눈은 대기의 요동 때문에 흔들리는 상을 보정해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지상의 대형 망원경이 우주망원경에 버금가는 선명한 상을 얻을 때 사용하는 첨단의 적응광학 기술과 유사한 능력이다. 사람의 눈은 의외로 재능이 뛰어나서 보정하지 않은 사진보다 훨씬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능력으로 자세히 보면 토성의 테를 두 조각으로 가르는 카시니 간극이라는 검은 줄무늬까지 나타난다. 목성의 4대 위성은 갈릴레이 위성이라는 별명이 있어서 유명하지만, 토성에는 타이탄이라는 달의 1.5배나 되는 큰 위성이 있고, 목성보다 훨씬 먼 거리에 있지만 쉽게 확인할 수 있으니 찾아봐도 좋겠다. 토성 왼쪽에는 목성이 훨씬 밝게 빛난다. 망원경으로 보면 약간 눈이 부실 정도로 밝게 보이며, 가운데엔 줄무늬가 선명하다. 운이 좋으면 갈릴레이 위성이 목성을 가로지르거나 목성 표면에 그림자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태풍의 눈처럼 보이는 붉은 대적반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망원경으로 보는 행성은 사진으로 보듯 크게 느껴지진 않으니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의 눈이 가진 능력을 발휘하면 작게 보여도 사진보다 더 자세한 구조를 볼 수 있다.망원경으로 본 목성·토성·금성
올해는 맑은 날이 귀해 유난히 별 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시월 하반기가 되면서부터 열리기 시작한 하늘이 더없이 반갑다. 간만에 돔을 열고 관측을 시도했지만 보름달이 너무 밝았다. 그래서 작은 망원경으로 변광성을 관측하다가 여러 날을 멍하니 맨눈으로 달만 보고 관측은 포기하기도 했다. 가끔 하늘이 맑아도 습도가 너무 높아 돔을 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날 일반 카메라로 일주운동을 찍어보면 카메라 렌즈와 몸체가 온통 물에 잠긴 듯 축축해진다. 이와는 반대로 추운 겨울날, 습도계의 습도가 낮아 원격관측 망원경으로 한참을 관측하다 영상이 이상해서 살펴보면 진눈깨비가 내려 돔 안에 하얗게 쌓이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원격 관측을 하다 보니 여러 대의 모니터용 카메라가 있어도 관측 중에는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해 간혹 실시간으로 변하는 날씨에 대응이 늦기도 한다.비록 날씨 변화가 심하긴 해도 보현산천문대에 외부 관측자가 1~3명씩 찾아오고, 새로운 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기존의 장비를 점검하는 등의 이유로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 미뤄뒀던 전기, 전자 시설 점검 등 점점 천문대에 활기가 느껴진다. 더불어 주말이면 주차장이 가득 찰 정도로 차량이 많아졌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현장 관측을 포기하기도 했는데, 이제 일상으로 돌아온 듯하다. 그래도 두 명까지 쓸 수 있는 숙소에 한 명만 들어가야 하니 천문대에 머물 수 있는 방문자는 제한적이다. 또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대면해야 하니 같이 차 한 잔 나누기도 어렵다. 마지막 남은 자유로운 일상이 기다려진다.
전영범 <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