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중국에 이어 북미 지역에도 사업을 총괄하는 부회장직을 신설한다.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등 그룹의 핵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현지에서 사업을 대폭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27일 경제계에 따르면 SK는 올해 말 인사에서 북미 사업을 총괄하는 부회장직을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선임되는 부회장은 SK하이닉스와 SK온, SK E&S 등 미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주력 계열사들의 현지 사업을 관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미국 정부와 긴밀히 접촉해 지원을 이끌어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진행되는 주요 사업을 관장하면서, 계열사 전략을 조율하기 위해선 부회장급 인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는 북미법인 규모도 연내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SK는 미국 뉴욕에 1988년 설립된 SK USA 법인을 두고 있다. SK 관계자는 “그룹의 핵심 사업이 대부분 미국에 있는 상황에서 조직 규모 확대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이 해외에 부회장이 총괄하는 조직을 두는 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SK는 지난달 서진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위원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중국 담당 부회장으로 겸직 발령했다.

SK그룹에선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 수소 등 에너지 분야의 주력 계열사들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인수절차를 끝내고 현지에 별도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SK온은 지난달 미국 대형 자동차업체 포드와 테네시·켄터키주에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해 총 114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SK E&S도 이달 중순 미국 에너지솔루션 기업에 최대 4억달러를 투자하며 미국 현지에서 에너지솔루션 분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미 사업을 총괄하는 부회장은 이르면 내달 말 진행되는 그룹 정기인사에서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달 서 부회장을 중국 총괄로 발령한 것처럼 ‘원포인트’ 인사를 내는 방안도 내부에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