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가계대출을 대폭 옥죄는 내용의 ‘10·26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이 서민과 중산층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금융사 실적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카드론(장기카드대출)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되면서 신용카드사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 카드론 관련 대출이자는 전체 카드사 이익의 60~70%를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이다. 업계에선 카드론 관련 수익이 최대 30%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드론 수익 10~30% 감소 우려”

DSR은 개인의 모든 금융사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대출 한도를 규제하는 것이다. 카드론이 DSR 산정에서 제외된 현재는 여러 금융사에서 돈을 빌려 개인별 DSR 한도를 다 채운 차주가 카드론을 이용하는 데 특별한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 같은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이용이 막히게 됐다. 현재 카드론 이용자 10명 중 6명 이상이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카드사 수익에 타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고신용자의 카드론 평균 이용 한도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차주별 DSR 기준은 은행권이 40%이며 비은행권은 현재 60%에서 내년 1월 50%로 강화된다. 현재까진 1금융권에서 DSR 40%를 다 채운 차주가 카드론 등에서 20%만큼 추가로 빌릴 수 있지만 내년부턴 10%까지만 빌릴 수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출 규제가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각 카드사가 시뮬레이션하고 있다”며 “DSR 규제가 본격화되는 내년부터는 카드론 이자 수익의 10~30% 정도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달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도 유력시되는 상황이라 카드사들의 신용판매 수익이 더욱 쪼그라들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경우 카드사들의 조달비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보험(70%→50%), 상호금융(160%→110%), 카드(60%→50%), 저축은행(90%→65%) 등 업권별 DSR도 내년 1월부터 강화돼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만큼 다른 2금융 회사들의 수익 타격도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번 가계부채 대책이 서민만 때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우량 고객 위주로 카드론 영업 전략을 짤 수 있다”고 했다.

“금융그룹 실적에도 타격”

27일 KB금융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의 주가는 전날보다 0.85~2.83% 하락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도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올해의 ‘전년 대비 6%대’보다 낮은 4~5%로 못박았다”며 “자산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책이 은행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장금리 상승세로 예대마진이 커지는 데다 강화된 DSR 규제를 새로 적용받는 2금융권과 달리 이미 DSR 규제에 적응한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은행에 과잉 대출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대신 대출금리 인상을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증권사 등의 탄탄한 비은행 계열사를 보유한 KB·신한·하나금융 주가가 하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그룹 내 은행업 비중이 높은 우리금융 주가는 전날 대비 0.75% 올랐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가계부채 대책에 따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적지 않은 대출자산을 보유한 전통은행과 달리 신생 은행은 대출총량제, DSR 규제 등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인혁/김대훈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