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방위산업 수출전략 새 판 짜야
지난주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서울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1)’가 열렸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1년 순연됐다가, 이번에 총 28개국, 440여 개 국내외 항공·방산기업들이 참여했다. 보잉 록히드마틴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과 에어버스 레오나르도 등 유럽 기업, 이스라엘 IAI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산기업들의 수출은 감소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방산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10대 기업의 수출액은 2016년 약 2조500억원을 기록한 뒤 계속 감소해 지난해 1조3700억원을 올렸다. 2016년 대비 32.2% 줄어든 수치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9% 감소한 6500억원에 불과했다. 이 기간 국가 전체 수출이 26% 증가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올해 말에는 2010년대 초반의 수출 규모인 1조원대(2012년 1조2000억원)로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수출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4.2%포인트 하락한 11.9%로 역시 2012년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상반기 10대 방산기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한 5조46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이후 절대 생산액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방산기업이 2020년에 4년 전 수준을 회복한 뒤 올해 들어서야 뚜렷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매출 증가 분야는 각종 전차 등 지상장비와 유도무기, 군용기용 엔진 등이며, 이들 제품은 내수 기반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주요 매출 증가 기업은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이다.

결과적으로 현 정부가 핵심 국정 세부 과제로 제시했던 ‘방위산업의 수출형 산업구조 전환’은 불가능해졌다. 2020~2021년 상반기까지 10대 방산기업 생산의 88.1%가 내수로 충당됨으로써, 내수 의존도는 2016년보다 6.2%포인트 증가한 반면, 수출은 금액·비중이 동반 하락하는 내수형 산업구조 고착화 현상이 매우 뚜렷해진 것이다.

그 원인은 주력 수출시장인 아시아 남미 등 후진국 대부분이 구매력이 낮아 대규모 수주가 어렵고, 지속적 수요 연계도 어려워 수출의 지속성·확장성이 제약받기 때문이다. 미국·유럽·이스라엘처럼 방위산업의 일자리 창출형 미래 전략산업화를 위해서는 산업정책 관점에서의 수출산업화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방산 생산액 75% 이상의 수출산업화를 통해 제조업 고용의 10%를 차지하는 고용 창출형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개발도상국 중심 수출에서 대규모 시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인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3~4위 대규모 방산 시장이나, 자체 역량이 낮아 대부분 무기체계를 수입에 의존한다. 미국 유럽 이스라엘 러시아 등에서 핵심 수출시장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우리에겐 미개척 시장이다.

둘째, 세계 최대 시장인 대미 수출 확대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우리는 수십 년간 미국으로부터 각종 첨단 전투기, 유도무기, 핵심 부품 등을 지속적으로 수입하고 있으나, 수출은 미미해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등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는 상태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동맹국 중심의 방산협력 강화, 신뢰 중심의 방산부품 공급망 사슬을 강조하고 있다. 핵심 동맹국인 우리는 비교 우위 완제품·MRO 수출과 기능품 수출을 통해 대미 공급망 편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 수 아래인 터키의 연간 대미 수출액이 5억~6억달러인 데 비해, 우리는 3억~4억달러에 불과하다.

끝으로, 대규모 무기 수요 국가와의 공동개발을 통한 신시장 선점, 국가별 수출 드림팀 구성 등 방산시장에 대한 통 큰 수출전략 설계, 항공·함정·유도무기·지상무기 부문별 핵심 주도기업 중심의 수출 집중화가 시급하다. 방위산업의 전략산업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출 비중을 선진국 수준인 40~50%로 높여야 한다. 개혁 수준의 정부 개발·획득·수출정책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