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조달시장 변화 예고…막차 탄 CB만 4조 넘어 [CB 전환가액 상향 의무화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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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부터 CB 콜옵션 한도 지분율 이내로 제한
"주주 보호하고 시장건전성 제고" 목적
지난 4월 말 예고 후…CB 발행시장 급증
5~10월 CB발행 4조5000억…전년비 62%↑
"주주 보호하고 시장건전성 제고" 목적
지난 4월 말 예고 후…CB 발행시장 급증
5~10월 CB발행 4조5000억…전년비 62%↑
#. 한 상장사는 전환가액 조정 조건이 부여된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서 최대주주에게 콜옵션을 부여했다. 이후 최대주주는 회사에 대한 악재성 루머를 유포해 주가를 떨어뜨렸고, 이에 전환가액이 하향조정됐다. 이후 악재성 루머가 해소되 주가가 회복되자 최대주주는 콜옵션(전환사채매수선택권) 행사를 통해 확보한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큰 차익을 챙겼다. 반면 이 회사의 다른 주주들은 당초 계획된 것보다 더 많은 물량의 주식이 발행돼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피해를 입었다.
금융당국이 자금조달을 이유로 최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분확대와 차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전락한 CB발행에 제동을 걸었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때 적용되는 전환가액을 반복적으로 낮추면서 주가가 희석되고 이로인해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본 것이다. 과도한 전환가액 하향조정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CB 콜옵션 한도를 제한하게 된다.
CB, 전환사채(Convertible Bonds)는 회사가 발행하는 사채(社債)다. CB는 기업에 돈을 빌려준 뒤 이자를 받다가 정해진 기간에 빌려준 원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원금을 주식으로 바꿔주는 기준이 전환가액이다.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지만, 시장에서는 이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하면서 주주들의 피해사례가 나왔다. 금융당국은 주주들을 보호하고 시장건전성을 제고하겠다며 오는 12월1일부터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상장사는 CB를 발행할 때 최대 주주 등에게 부여하는 콜옵션 한도를 '발행 당시 지분율 이내'로 제한해야 하고, 콜옵션 행사자와 전환 가능 주식 수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규모가 작은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제한이 자금난에 빠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CB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고, 이는 곧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기업의 존폐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규제 강화가 예고된 지난 5월 이후 CB 발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증하고 있다.
규제 강화 전 미리 자금을 조달해두려는 기업들의 CB 수요는 몰렸다. 지난 6개월 동안 몰린 CB발행 금액만도 5조원 가까이 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월3일부터 10월27일까지 4조5196억4775만6500원의 CB가 발행됐다. 1년 전 같은 기간의 2조7870억8693만8140원과 비교해 62.16% 많은 수준이다.
CB 발행량이 급증한 배경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30일 개최한 ‘증권시장 불법·불건전행위 집중 대응단’ 제3차 회의다. 여기서 금융당국은 CB 시장 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CB 전환가액 상향조정 의무화 ▲전환사채매수선택권(콜옵션) 행사 한도를 지분율로 제한 등의 규제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규정은 CB 발행기업의 주가가 하락했을 때 최대 30%까지 전환가액을 깎는 경우만 제시하고 있다. CB 투자자 입장에서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가액이 조정돼 주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서 문제는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하면서 기존 주주들은 주가 하락, 지분율 희석 등 이중으로 자산이 줄어드는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식을 더 많이 확보할 목적으로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리려는 시도도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한 CB 발행기업의 주가가 다시 상승하면, 전환가액도 최초 발행 당시의 전환가액까지 상향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변경된 제도가 시행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CB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에도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약화돼 CB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금융업계 일각에서 규제 강화로 인해 작은 기업들이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주가가 전환가액에 미치지 못해 CB 보유자가 만기에 자금 상환을 요구하면 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부작용 방지에만 제도 개선의 초첨을 뒀다”며 “향후 CB 발행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때는 보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전환가액 상향조정 의무화 대상은 사모 방식으로 발행된 CB에 한정됐다. 지난 5월에 나온 예고안에는 공·사모 구분 없이 전환가액 상향조정이 의무화돼 있었다.
금융위는 “공모 발행의 경우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사모 발행에 비해 엄격한 발행절차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 동안 불공정거래 사건이 주로 사모발행 CB와 관련이 있었던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금융당국이 자금조달을 이유로 최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분확대와 차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전락한 CB발행에 제동을 걸었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때 적용되는 전환가액을 반복적으로 낮추면서 주가가 희석되고 이로인해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본 것이다. 과도한 전환가액 하향조정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CB 콜옵션 한도를 제한하게 된다.
CB, 전환사채(Convertible Bonds)는 회사가 발행하는 사채(社債)다. CB는 기업에 돈을 빌려준 뒤 이자를 받다가 정해진 기간에 빌려준 원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원금을 주식으로 바꿔주는 기준이 전환가액이다.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지만, 시장에서는 이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하면서 주주들의 피해사례가 나왔다. 금융당국은 주주들을 보호하고 시장건전성을 제고하겠다며 오는 12월1일부터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상장사는 CB를 발행할 때 최대 주주 등에게 부여하는 콜옵션 한도를 '발행 당시 지분율 이내'로 제한해야 하고, 콜옵션 행사자와 전환 가능 주식 수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규모가 작은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제한이 자금난에 빠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CB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고, 이는 곧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기업의 존폐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규제 강화가 예고된 지난 5월 이후 CB 발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증하고 있다.
규제 강화 전 미리 자금을 조달해두려는 기업들의 CB 수요는 몰렸다. 지난 6개월 동안 몰린 CB발행 금액만도 5조원 가까이 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월3일부터 10월27일까지 4조5196억4775만6500원의 CB가 발행됐다. 1년 전 같은 기간의 2조7870억8693만8140원과 비교해 62.16% 많은 수준이다.
CB 발행량이 급증한 배경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30일 개최한 ‘증권시장 불법·불건전행위 집중 대응단’ 제3차 회의다. 여기서 금융당국은 CB 시장 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CB 전환가액 상향조정 의무화 ▲전환사채매수선택권(콜옵션) 행사 한도를 지분율로 제한 등의 규제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규정은 CB 발행기업의 주가가 하락했을 때 최대 30%까지 전환가액을 깎는 경우만 제시하고 있다. CB 투자자 입장에서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가액이 조정돼 주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서 문제는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하면서 기존 주주들은 주가 하락, 지분율 희석 등 이중으로 자산이 줄어드는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식을 더 많이 확보할 목적으로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리려는 시도도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한 CB 발행기업의 주가가 다시 상승하면, 전환가액도 최초 발행 당시의 전환가액까지 상향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변경된 제도가 시행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CB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에도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약화돼 CB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금융업계 일각에서 규제 강화로 인해 작은 기업들이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주가가 전환가액에 미치지 못해 CB 보유자가 만기에 자금 상환을 요구하면 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부작용 방지에만 제도 개선의 초첨을 뒀다”며 “향후 CB 발행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때는 보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전환가액 상향조정 의무화 대상은 사모 방식으로 발행된 CB에 한정됐다. 지난 5월에 나온 예고안에는 공·사모 구분 없이 전환가액 상향조정이 의무화돼 있었다.
금융위는 “공모 발행의 경우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사모 발행에 비해 엄격한 발행절차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 동안 불공정거래 사건이 주로 사모발행 CB와 관련이 있었던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