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착한 정부·모범국가'의 실패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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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주의에 기댄 탄소중립 '과속'
탈원전 고수…中企가 최대 피해자
선한 의도·나쁜 결과 되풀이되나"
이심기 산업부문장 겸 산업부장
탈원전 고수…中企가 최대 피해자
선한 의도·나쁜 결과 되풀이되나"
이심기 산업부문장 겸 산업부장
겁이 없는 정부다. 지난 5월 세계에너지기구(IEA)는 ‘2050 넷제로 달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2050년 넷제로(탄소 순배출 제로)를 선언한 모든 국가가 계획을 달성하더라도 2100년 지구의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1도 상승한다는 전망이 핵심이다. 지구가 괴멸적 상황에 처한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다.
보고서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발행 주체가 다국적 오일메이저의 이익을 대변해온 IEA였다는 점이다. IEA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석유 공급의 안정적 보장’을 위해 설립된 단체다. 그동안 에너지 전환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런 IEA가 “신규 유전·가스전 및 석탄광구의 개발이 불필요하다”고 원유사업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다. 보고서는 ‘2050 넷제로’ 달성을 위해선 탄소 배출량이 2030년까지 현재보다 40% 감축돼야 한다는 경로를 제시했다. 외신들은 “IEA가 화석연료 산업의 목에 비수를 꽂았다”고 평가했다.
이 로드맵을 한국 정부가 그대로 따랐다. 26일 국무회의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확정했다. NDC는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에 따라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다. 직역하면 ‘국가 결정 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다. 말 그대로 자발적 의미의 기여다. 어기더라도 벌칙은 없다. 하지만 구속력이 없다고 해서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와 한 약속이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이전 정부가 설정한 목표를 낮출 수 없다. 후퇴가 불가능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달 초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직접 새로운 NDC 목표를 발표한다. 국제사회는 임기를 불과 7개월 앞둔 문 대통령의 결단을 ‘모범국가’ 사례로 인정하고 환호를 보낼 것이다.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이행의 책임은 다음 정부가 넘겨받는다.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과 비용이다. 전문가들은 넷제로 선언이 천문학적인 비용과 아직 개발되지 않은 탄소 저감기술을 전제로 한 낙관적 기대라고 지적한다. 정부도 부인하지 않는다. ‘감축 40%’는 지켜야 할 최저선이라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다.
IEA 보고서는 2030년까지 40% 감축은 어떻게든 가능하겠지만, 이후 2050년까지 목표한 배출량 감축을 지키려면 현존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탄소포집 저장 및 활용(CCUS) 기술부터가 여전히 개발단계다. 경제계에선 “앞으로 획기적인 기술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만 갖고 대규모 투자나 사업 확장을 결정하는 기업이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40% 감축’ 시한인 2030년까지 전기수요는 지금보다 40% 늘어난다. 에너지공급의 약 3분의 2가 재생에너지로 이뤄지겠지만, 원자력 발전량도 지금보다 2배 증가할 것으로 IEA는 보고 있다. 탈원전으론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공론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폐연료봉 재활용과 냉각 고속로 등 원전의 위험성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기술은 상용화 직전 단계다.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믿음이 아니라 과학을 따르자”고 말하는 이유다.
무리한 감축의 최대 피해자는 역설적으로 정부가 보호하려는 중소기업이 될 것이다. 개별 중소기업도 산업부문 감축목표 14.5%를 따라야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 사업장의 배출량 측정도 못 하고 있다. 정부는 지원 계획조차 갖고 있지 않다. ‘어떻게’가 빠진 탄소중립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무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이어 ‘착한 정부, 나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연 누구를 위한 과속인가.
보고서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발행 주체가 다국적 오일메이저의 이익을 대변해온 IEA였다는 점이다. IEA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석유 공급의 안정적 보장’을 위해 설립된 단체다. 그동안 에너지 전환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런 IEA가 “신규 유전·가스전 및 석탄광구의 개발이 불필요하다”고 원유사업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다. 보고서는 ‘2050 넷제로’ 달성을 위해선 탄소 배출량이 2030년까지 현재보다 40% 감축돼야 한다는 경로를 제시했다. 외신들은 “IEA가 화석연료 산업의 목에 비수를 꽂았다”고 평가했다.
이 로드맵을 한국 정부가 그대로 따랐다. 26일 국무회의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확정했다. NDC는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에 따라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다. 직역하면 ‘국가 결정 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다. 말 그대로 자발적 의미의 기여다. 어기더라도 벌칙은 없다. 하지만 구속력이 없다고 해서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와 한 약속이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이전 정부가 설정한 목표를 낮출 수 없다. 후퇴가 불가능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달 초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직접 새로운 NDC 목표를 발표한다. 국제사회는 임기를 불과 7개월 앞둔 문 대통령의 결단을 ‘모범국가’ 사례로 인정하고 환호를 보낼 것이다.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이행의 책임은 다음 정부가 넘겨받는다.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과 비용이다. 전문가들은 넷제로 선언이 천문학적인 비용과 아직 개발되지 않은 탄소 저감기술을 전제로 한 낙관적 기대라고 지적한다. 정부도 부인하지 않는다. ‘감축 40%’는 지켜야 할 최저선이라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다.
IEA 보고서는 2030년까지 40% 감축은 어떻게든 가능하겠지만, 이후 2050년까지 목표한 배출량 감축을 지키려면 현존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탄소포집 저장 및 활용(CCUS) 기술부터가 여전히 개발단계다. 경제계에선 “앞으로 획기적인 기술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만 갖고 대규모 투자나 사업 확장을 결정하는 기업이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40% 감축’ 시한인 2030년까지 전기수요는 지금보다 40% 늘어난다. 에너지공급의 약 3분의 2가 재생에너지로 이뤄지겠지만, 원자력 발전량도 지금보다 2배 증가할 것으로 IEA는 보고 있다. 탈원전으론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공론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폐연료봉 재활용과 냉각 고속로 등 원전의 위험성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기술은 상용화 직전 단계다.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믿음이 아니라 과학을 따르자”고 말하는 이유다.
무리한 감축의 최대 피해자는 역설적으로 정부가 보호하려는 중소기업이 될 것이다. 개별 중소기업도 산업부문 감축목표 14.5%를 따라야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 사업장의 배출량 측정도 못 하고 있다. 정부는 지원 계획조차 갖고 있지 않다. ‘어떻게’가 빠진 탄소중립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무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이어 ‘착한 정부, 나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연 누구를 위한 과속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