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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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출을 줄이며 내년도 예산 삭감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확장재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데다 예산 감축에 소극적인 탓에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재정준칙을 법제화한 주요 국가와 한국의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은 내년 예산 규모를 올해 결산 추정액 대비 평균 14.8% 축소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재정준칙은 재정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범이다. 국내에선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아직 법제화되지 못했다.

한국의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604조4000억원으로 올해 결산 추정액(604조9000억원) 대비 0.1% 줄어드는 데 그쳤다. 내년도 정부 지출 규모를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15배 늘어나 미국(1.10배), 독일(1.07배), 프랑스(1.01배)와 비교해 증가 폭이 컸다.

한경연은 주요 국가들이 내년부터 코로나19 관련 지출을 축소하며 예산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등 복지 분야 지출을 늘리고 있어 국가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정부의 중기 재정지출계획상 내년 이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가 유지되면서 재정정상화가 불투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내년 예산이 6조달러로 편성돼 올해 결산 추정액(7조2000억달러) 대비 1조2000억달러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시적으로 지급됐던 연방 특별실업수당이 지난달 종료되면서 내년 소득지원 예산도 51.6% 축소됐다. 코로나19로 급증했던 소상공인 지원 예산도 올해 4040억달러에서 내년 384억달러로 90.5% 줄였다.

독일은 올해 결산 추정액(5477억유로) 대비 1047억유로 적은 4430억유로를 내년 예산으로 책정했다. 비상장·소기업 재정지원 예산이 83.1% 축소돼 전체 예산 삭감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사회보장 관련 지출도 66.1% 감소했다. 프랑스도 코로나19 피해 구제 예산을 올해 369억유로에서 2억유로로 99.5% 삭감하는 등 내년도 예산을 올해 결산 추정액 대비 402억유로 감축했다.

한경연은 주요 국가들이 내년 중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그동안 위기 대응을 위해 확대 집행했던 재정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내년 주요 국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19년 수준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장기적인 재정건전화 방안의 일환으로 국내서도 재정준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한경연의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미국·독일·프랑스 등 주요국은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을 시행하고 있어 코로나19 회복국면에서 정부가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동안 확대 집행했던 정부 지출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재정준칙 법제화 등 재정건전성 제고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