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야 판다」저자, 강대훈

“발명하지 마라. 세상에 다 있다.”라는 말이 있다.

75억 명이 사는 지구촌에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유사성은 반드시 있다.

타인의 생각을 읽고 그것과 다른 것을 발견하는 것이 발명이다. 유사와 차이는 조사와 탐색에서 나온다.

그래서 사업가의 명제를 데카르트식으로 표현하자면 “나는 조사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가 된다.

조사는 무명(無明)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이다. 싯다르타는 중생의 무명을 안타까워하셨다. 이 단어의 사전 풀이는 어리석음, 어둠, 우치(愚癡), 무지(無知), 무현(無顯)이라고 한다. 무식(無識)이 무명을 낳는다. 지금 무명 속에 있는 것은 아닌가?

알지 못하는 곳은 항해할 수 없다. 무섭기 때문이다. 지난날 사람들은 바다 끝에 낭떠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인류는 천 년 이상 그 두려움에 갇혀 살았다. 내가 속한 산업생태계(Value Chain)를 파악하면 용기가 난다. 내가 속한 사업의 전후방, 측방산업을 파악하면 밝아진다.

지도 없이 길을 간다면 지금 가고 있는 곳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영업 마케팅 지도 ‘비즈니스 내비게이션’을 만들어야 한다.

지도를 만들면 길을 따라 걸을 수도 달릴 수도 있다. 지도를 만드는 시작이 조사이다. 마오쩌둥은 “조사하지 않으면 말하지 말라.”라고 했다.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 사업은 백전백패한다. 군에서 하는 정보활동을 마케팅에서는 시장조사라고 한다.

마케팅 전략은 세계와 국내시장 전체를 살피고, 경쟁자와 잠재적 도전자를 알아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먼저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학습을 한다. 그리고 현장조사를 통해 학습한 내용을 확인한다.

현장조사는 국내와 해외현장을 방문하여, 경쟁사와 자신의 제품을 체험하면서 장단점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것이 해외영업과 글로벌 마케팅의 기본단계이다.

불행히도 많은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은 기본적인 조사조차도 하지 않고 사업을 했다. 데이터가 아닌 영감에 따라 상품을 개발한다. 조사하지 않고 일하는 것은 벼랑으로 버스를 모는 것이다.
필리핀의 화학소재 시장 / 사진=「살아야 판다」저자, 강대훈
필리핀의 화학소재 시장 / 사진=「살아야 판다」저자, 강대훈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마케팅’ 세미나에서 몇 분을 만났다.

한 분은 십여 년 동안 소각장치와 여러 제품을 개발했다. 모두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그는 에디슨 같은 천재였지만 GE의 창립자와 다른 것은 그 발명품은 하나도 팔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1년에 1억씩 까먹었어요.”
“날린 돈이 7억이 넘었습니다.”

또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부터 만들고 발명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눈을 감으면 또 다른 발명이 떠올라 괴롭습니다.”

천재적 발상이 축복이 되려면 조사가 필요하다. 유사한 기술과 선행 연구를 살피는 것뿐 아니라, 기존 기술이나 제품에서 개선할 수 있는 것, 시장에서 대체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그리고 기존의 것을 합하거나 빼거나 변용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구소련의 겐리히 알츠슐러(Genrich Saulovich Altshuller)가 제시한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트리즈(TRIZ)를 익히면 도움이 된다.

이렇게 조사하고 생각을 다듬어보면, 유통경로를 어떻게 설정했고 판촉을 어떻게 했는지? 선행기업의 사례가 자연스럽게 발견된다.

이 과정에서 나의 길을 만드는 것이다. 궁핍한 생활을 견디며 고생 끝에 개발한 제품이 판매되지 않는다면? 돈보다도 발명에 십 년이 가고 이십 년이 가버린 세월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천재란 99%의 땀과 1%의 영감(靈感)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던 에디슨은 84세로 죽을 때까지 1092건의 발명특허를 출원했다.

그는 관찰에서 얻은 영감을 조사를 통해 검증했다. 무엇보다 조사를 철저히 했다. 그의 연구는 시장을 향해 조준되었다.

에디슨의 탐구와 조사 DNA는 GE(General Electric)에 이식되었다. GE는 100년 이상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

무명(無明)을 벗는 길, 조사 없이 사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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