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속도 논란 이어 전국 장애까지…'디지코 전략' 차질 불가피
KT 설비투자 매년 감소세…내부선 "기본부실, 예견된 참사"
'탈통신 선언' KT, 본업인 통신에서 계속 사고 내며 스스로 발목
KT가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 이른바 '디지코(Digico)'로의 전환을 추진했지만 정작 본업인 통신에서 사고를 계속 일으키면서 탈통신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나아가 이번 사고가 어처구니 없는 인재로 드러남에 따라 국가기간통신사업자로서 기본에 대한 근본적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3월 구 대표 취임 후 디지코 전략에 따라 'AI(인공지능) 원팀'과 '클라우드 원팀'을 잇따라 결성하는 등 통신을 넘어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했다.

기업간거래(B2B)와 디지털전환(DX) 시장 공략을 위해 신규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도 선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IT와 미래사업 등 성장 영역 매출 비중도 전체의 50%까지 높아졌다.

올해는 미디어 콘텐츠 역량 강화를 위해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면서 콘텐츠당 최대 500억원 등 국내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순항하는 듯했던 KT의 전략은 올해 4월 유명 유튜버 잇섭이 자신이 사용 중인 10기가 인터넷 서비스가 실제로는 100메가 속도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한 일을 계기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정부는 품질조사를 벌여 KT에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KT는 개통관리시스템을 수동으로 관리하는 과정에서 설정 오류로 속도 저하를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KT가 인터넷 개통 시 속도를 측정하지 않고 최저보장 속도에 못 미치는데도 인터넷 개통을 강행한 사례도 2만4천여건이 확인됐다.

그러나 정부의 제재를 받고도 KT의 관리 부실은 고쳐지지 않았고, 결국 이번에 전국적 통신 장애로 이어졌다.

이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 결과에서도 KT의 규정 위반과 관리 부실 등 총체적 난맥상이 확인됐다.

업계에선 탈통신 전략도 본업인 통신의 뒷받침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KT의 연도별 설비투자액(CAPEX)은 2012년 3조7천110억원에서 2018년 1조9천770억원까지 매년 감소했다.

2019년 3조2천570억원으로 한 해만 늘었을 뿐 2020년 다시 2조8천72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012년은 LTE 상용화 이듬해였고 2019년은 5G 상용화 시기였다.

즉 LTE 시대부터는 차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시기만 빼면 매년 투자액을 줄인 것이다.

투자은행업계가 추산한 지난해 설비투자액이 SK텔레콤 3조236억원, LG유플러스 2조3천800억원으로, 사별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을 고려하면 KT가 투자에 가장 소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KT새노조는 성명을 내고 "통신사업자로서 기본에 충실하기 보다는 단기 수익 위주의 사업과 경영진 치적 포장용 사업에만 집중하다 벌어진, 통신 기본 소홀에서 비롯된 장애"라며 "내부에선 구현모 사장이 AI 기업으로 KT를 포장하기 급급했고, 통신망 운영의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예견된 참사라는 비판이 거세다"고 주장했다.

구현모 대표는 사태 사흘 후인 28일 해외 출장에서 돌아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일 예정된 KT 스튜디오지니 기자간담회는 이번 사태로 무기한 연기됐고, 구 대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사태 파악을 위해 KT 혜화지사를 방문한 자리에 참석해 고개를 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