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이어지는 '눈치보기' 장세…섣부른 판단은 금물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연일 눈치보기, 박스권 장세다. 증시 방향성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 드물다. 아니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그래서 투자자는 헷갈린다.

“인플레이션 온다. 금리 오른다”는 소리에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러다 부진한 경제지표가 나오면 “금리 못 올린다”는 주장으로 다시 또 혼란스럽다.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팩트에 집중해 보자. 상품 가격이 연초 대비 꽤 올랐다. 시장금리는 오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은 기정사실이다. 그리고 일련의 이벤트는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두고 진행 중이다.

이런 팩트를 종합하면 현 시기는 유동성장세가 끝나가고 실적장세가 시작되는 때다. 변화의 시기라서 ‘노이즈’가 생기고 그로 인해 혼란스러운 것이다. 유동성장세의 풍요로움이 사라져 투자자로선 고통스러운 시기다.

박스권 이어지는 '눈치보기' 장세…섣부른 판단은 금물
펀드매니저 A씨는 “최근 시장 상황은 경기 회복을 앞둔 금리 상승 초기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시기 투자자는 ‘상품 가격이 오르면 원재료 가격이 뛸 텐데 기업 실적이 좋아질까’라는 의구심 등으로 불안해하고 그로 인해 시장은 항상 조정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의 진단처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시기다. Fed에 대해서도, 헝다에 대해서도 한편으론 기대를, 다른 한편으론 우려를 품는다.

이런 시기에 투자자의 관심은 두 가지다. 첫째 블랙스완(예측 불가능한 위기)에 대한 우려다. 불안하다 보니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다.

애널리스트 B씨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블랙스완 얘기를 많이 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블랙스완이 아니다”며 “인플레이션, 테이퍼링, 금리 상승 등은 블랙스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블랙스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투자자의 두 번째 관심은 혼란의 시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다. 다시 말해 언제 실적장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느냐다. 이에 대해선 속 시원한 답을 기대하기 어렵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그 시점에선 ‘안도 랠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 정도가 위안거리다. 한국은행이 다음달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 안도 랠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A씨는 “올 8월 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엔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를 보이다 금리 인상이 결정되자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다’는 인식으로 반등했다”며 “11월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예상대로 안도 랠리가 나타나더라도 어디까지나 단기 재료일 가능성이 크다. 핵심은 실적장세가 제대로 시작되는 시점인데 그것을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그때까지는 혼란스러움을 견뎌야 한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태에선 개별주 순환매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가 시장의 방향성을 자신할 수 없으니 이슈가 생기는 종목에 돌아가면서 매수세가 몰릴 것이란 얘기다.

어느 날은 경기 회복 수혜주가 주목받다가 다른 날은 “정보기술(IT)과 바이오가 너무 빠졌네”라는 인식이 퍼져 이 종목이 관심을 끄는 식이다. 이런 장세에선 순환매 흐름을 잘못 타서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섣부른 사고팔기보다는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A씨에게 내년 증시가 좋을지 물었더니 “증시를 전망할 때는 무조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없고 증시는 결국 경제성장률에 수렴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오를 종목을 찾으려는 투자자로서의 적극성을 잠시 유보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