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의 운구 차량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대병원 빈소를 출발해 9시 18분께 고인이 생활했던 연희동 자택에 도착해 노제를 지냈다. 오전 10시 50분경 영결식장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 들어섰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오전 11시부터 1시간가량 거행됐으며 국군교향악단은 조곡을 연주했고 의장대는 대형 태극기에 둘러싸인 관을 운구했다.
영결식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장남 노재헌 변호사 등 유족들과 50여 명의 국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는 조사에서 서울올림픽, 북방외교, 토지공개념 등 노 전 대통령의 공적을 언급하면서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큰 과오를 저지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재봉 전 총리는 추도사에서 수차례 '각하'라고 칭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올림픽을 허락하지 않으려거든 국제올림픽위원회 사무실을 내 무덤으로 만들어달라던 절규에, 기어이 열리게 됐다"며 "이를 기념하는 평화의 광장에서 마지막으로 모시겠다는 우리의 심정을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엄수된 올림픽 공원은 고인의 대통령 재임기간 업적으로 꼽히는 88서울올림픽을 상징하는 무대다. 국가장 거행은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에 이어 두 번째다.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러진 영결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반대하는 청년단체가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도 보였다. 청년온라인공동행동은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위해 영결식 1시간 전부터 10여 명이 모였고, 경찰이 제지하자 잠시 대치했다.
이들은 자리를 옮겨 기자회견을 열고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벌어진 학살에 큰 책임이 있고, 노태우 정권은 공안사건을 조작해 학생운동을 탄압하고 노동조합을 파괴했다"며 "정부의 국가장 결정은 역사적 용서와 화해가 아닌 정권의 비겁함"이라고 비판했다. 영결식이 치러진 평화의광장 울타리 밖에는 시민 1000여 명이 몰려 멀리서 현장을 지켜봤다. 개인 방송을 하려는 유튜버들도 몰려들었으나 큰 소란은 없었다.
운구 행렬은 영결식 후 화장장인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하며, 장지 협의가 늦어져 파주 검단사에 임시 안치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묘역 조성 후 파주 통일동산 인근에 다시 안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