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공간 디자인이 소비자 마음 열어…안경 진열에만 2년 고민
젠틀몬스터의 법인명은 ‘II컴바인드’다. 상상력(imagination)과 해석(interpretation)의 결합이라는 의미다.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 이름도 이종(異種)의 섞임을 담고 있다. 김한국 대표(사진)는 “몬스터는 내적 폭력성을 뜻한다. 무언가를 해보기 위해서 나의 어떤 걸 희생해서 하는 신념이 ‘몬스터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논란이 없는 상품이 패션의 중심이 될 수 없다”며 “물음을 제시하고 왜 그런지를 보여주는 것이 패션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패션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K패션이 잘되려면 경쟁이 치열해야 합니다.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를 제패한 것과 비슷한 이치예요. 문제는 국내 시장이 너무 작다는 겁니다. 연 매출 500억원이 한계인데 이를 넘으려면 브랜드 정체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해외에 더 힘을 싣는 거군요.

“저의 일은 브랜드업(業)입니다. 지난 4~5년간 진짜 해야 할 일이 아니면 외부 사람을 거의 안 만났어요. 어떤 회사,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지를 공유하기 위해 내부에 집중한 거죠. 젠틀몬스터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가지고 해외에서 승부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얼마 전 중국 상하이에 직접 매장을 냈습니다.

“미국, 유럽 명품 소비의 절반은 중국인 지갑에서 나왔습니다. 코로나 이후 모든 럭셔리 브랜드가 중국에서 엄청난 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중국 전역에서 거대 쇼핑몰들이 우후죽순 생기니까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같은 명품들도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을 제일 먼저 중국에 내놓는 것이죠.”

▷젠틀몬스터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입니까.

“젠틀몬스터만의 럭셔리(고급스러움)와 힙(새로움)의 결합이 주목받는 것 같아요. 사실 패션 비즈니스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좋은 물건이 있고, 살 사람이 많은 좋은 목에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해요. 루이비통, 펜디, 지방시, 티파니 등 LVMH그룹이 인수합병(M&A)을 계속하는 것도 좋은 자리를 계속 차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젠틀몬스터도 비슷한 전략인가요.

“개별 브랜드로는 힘든 싸움이에요. 그럼에도 젠몬의 원칙은 압도적인 공간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사로잡겠다는 겁니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 대규모 애플 매장을 선보인 거나 나이키가 조던 매장을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크게 내는 데엔 이유가 있습니다. 공간을 보고 사람들은 브랜드의 크기를 인식합니다. 1000평짜리 ‘젠틀몬스터 하우스 상하이’만 해도 48m 너비에 4층짜리 단독 건물입니다.”

▷공간을 디자인할 때 어떤 생각으로 하나요.

“브랜드는 무조건 비싸 보이면서도 시대정신이 담겨야 합니다. 그래야 오래 갈 수 있습니다. 아이웨어라는 작은 제품을 커다란 공간에 어떻게 진열할까 하는 점만 2년을 연구하고 토론했어요. 진열에 따라 안경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감정도 움직이게 만들어야 했거든요.”

▷왜 공간에 집중하는 건가요.

“공간은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이 변하고 그 변한 마음의 정도가 얼마인지를 옆사람한테 말하고 싶을 정도로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공간입니다. 움직이는 로봇을 설치해 놓으면 그냥 흰 벽보다 마음을 더 움직일 수 있습니다. 결국 얼마나 많은 트래픽(사람들의 드나듦)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의 문제예요.”

▷대표 집무실이 따로 없다고 들었습니다.

“직원들이 대표실에 ‘똑똑’ 문 두드리고 들어와야 한다면, 그 순간 이미 거리가 멀어진 거나 다름없어요. 창의적인 것을 만들기 위해 저도 아이디어를 내고, 직원들이 ‘이건 아니에요’라며 치열한 토론을 벌입니다.”

글=박동휘/배정철 기자, 사진=허문찬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