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초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내각의 신임을 묻는 제49회 중의원(의회 하원) 선거가 31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본 전역의 4만6000여 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행됐다. 18세 이상 유권자 1억562만 표를 놓고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는 자민당과 여당의 독주를 저지하려는 야당이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투표 결과는 1일 오전 5시50분께 가나가와현의 개표 작업을 끝으로 최종 확정된다. 지난 29일까지 치러진 사전투표에는 전체 유권자의 15.7%(1662만 명)가 참여했다. 역대 최고 비율이다.

기시다 총리 신임 투표

첫 시험대 오른 기시다…국정 안정 기준은 '자민당 단독과반'
289석의 지역구 의원과 176석의 비례대표 의원 등 중의원 465명이 이번 선거에서 새로 선출된다. 직전 의석수는 자민당 276석, 공명당 29석으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전체 의석의 65.6%(305석)를 차지했다.

중의원 총선은 2017년 10월 이후 4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4일 집권한 지 열흘 만인 14일 의회를 해산했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을 기시다 총리 내각에 대한 신임 투표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부터 기시다 총리까지 9년여 동안 이어진 자민당 1강 정치 체제를 평가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자민당은 2012년 정권 탈환 이후 치러진 세 차례의 총선에서 모두 단독 과반을 달성했다. 2017년 선거에서는 276석을 얻는 대승을 거뒀다.

기시다 총리는 공명당과 합쳐 과반 의석(233석)을 확보하느냐를 승패의 기준으로 정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이 단독 과반을 달성하지 못하면 사실상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의석수를 40석 이상 잃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시다 총리의 장기 집권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일본은 내년 여름 참의원(의회 상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단독 과반에 실패하면 ‘기시다 총리를 간판으로 참의원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불만이 당내에서 나오면서 내각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기시다 총리가 장기 집권에 실패하면 ‘장수 총리 뒤에 단명 정권이 이어진다’는 일본 정계의 징크스가 재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등 장기간 집권한 총리 뒤에는 재임 기간이 1년 남짓인 단명 총리가 잇따랐다. 역대 최장수 총리인 아베 전 총리의 뒤를 이은 스가 요시히데도 1년여 만에 물러났다.

자민당 단독 과반 불투명

선거 직전 주요 언론 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은 단독 과반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이니치신문(지난 19~20일)과 교도통신(23~26일)은 자민당 의석수를 각각 224~284석, 218~297석으로 전망했다. 251~279석을 예상한 아사히신문을 제외하면 자민당의 단독 과반 여부는 최종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공명당이 24~37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과반 의석은 무난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민당의 압도적인 우세가 흔들린 것은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국민민주당, 레이와신센구미, 사민당 등 5개 야당이 217개 지역구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전체 지역구의 75%에서 연립여당과 1 대 1 대결을 벌이면서 접전 지역이 늘어났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289개 지역구 가운데 자민당 후보 우세 지역은 113개로 선거 초반보다 5곳 줄었다. 반면 열세 지역구는 60곳으로 14곳 늘었다. 나머지 약 40%가 접전 지역이며 자민당 실세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을 포함한 후보 104명이 당락의 갈림길에서 격전 중이라고 이 신문은 진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구의 약 40%에 달하는 접전지에서 절반 이상을 이겨야 한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