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 대한민국’이지만 첨단 IT를 활용한 법률서비스인 ‘리걸테크 산업’은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한경 보도다(10월 30일자 A1, 5면 참조). 세계 리걸테크 시장 투자액은 2019년(1조2100억원) 이미 조(兆) 단위로 올라섰지만 국내 투자액은 최근 5년여를 누적해도 132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몇 달 전 ‘로톡 사태’에서 확인했듯이 유관단체들의 완강한 저항이 가장 큰 이유다. 변호사와 비(非)변호사 간 동업 및 사건소개·알선 금지를 규정한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변호사단체들의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공익적 지위를 갖는 변호사 업무가 이익을 앞세운 플랫폼에 종속되면 법률서비스 수준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마냥 무시할 대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산업과 생활전반이 플랫폼 경제화하는 마당에 유독 법률 플랫폼만 저지하겠다는 주장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태풍처럼 몰려오는 거대한 파고를 맨몸으로 막아서는 당랑거철에 불과하다. 변호사법을 절대기준인 양 들이미는 것은 ‘침대에 키를 맞추라’는 우격다짐과 다름없다. 이른바 ‘사무장 로펌’을 막자는 입법 취지를 담은 동업금지 조항도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풀어나가는 자세가 합리적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그런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 일본은 단순광고와 알선을 구분해 ‘법률 플랫폼’ 길을 텄고, 영국은 이익공유 모델을 허용했다. 플랫폼 생태계 구축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이기도 하다. 변호사단체들도 기득권 수호에 집착하기보다 소비자 후생을 공익과 조화시키는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는 것이 궁극적인 직역이익 보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변호사단체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이 정부의 무대책이다. 법무부는 한참 뒤늦은 9월 말에야 ‘리걸테크 TF’를 꾸렸지만 그마저도 ‘이해당사자’라는 이유를 들어 대한변협을 위원 구성에서 제외했다. 아무리 로톡 분쟁에서 미운털이 박혔어도 국가위임 사무를 수행하는 법정단체이자 최고 전문가집단을 배제한 것은 감정적 처사에 불과하다. 한국 AI 인프라는 세계적 수준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공익과 산업을 모두 챙기는 리컬테크 시장을 키울 묘안을 마련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