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은 2007년 LG카드(현 신한카드) 인수 이후 10년간 대형 인수합병(M&A)을 하지 않았다. 외형 성장보다 내부 실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다 2017년 조용병 회장(사진) 체제가 출범한 이후 180도 달라졌다. 조 회장은 저금리·저성장 구조 속에서 새로운 수익 기회를 포착하려면 적극적인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신한금융은 이에 따라 2017년 호주 ANZ은행의 베트남 리테일 부문(베트남신한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국내에선 생명보험사(옛 ING생명), 신탁사(아시아신탁), 벤처캐피털(옛 네오플럭스) 등 크고 작은 M&A를 잇달아 성사시켰다.

조용병의 ‘M&A 릴레이’에 마침표

조용병號 신한지주 '리딩금융' 포석 마무리
신한금융의 BNP파리바카디프손보 인수는 조 회장이 추진해온 국내 금융업 포트폴리오 구축이 사실상 완성된다는 의미가 있다. 신한금융이 순이익 1위 ‘리딩 금융그룹’ 왕좌를 놓고 겨루고 있는 KB금융은 이미 업계 4위 손해보험사(2014년 LIG손보를 인수해 KB손보로 변경)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신한금융은 올해 하반기 신한라이프를 출범시키면서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아직 손보업계에선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업계 출혈 경쟁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 종합손해보험사 신규 허가에 소극적이었다. 이런 탓에 신한금융은 2~3년 전부터 손해보험사 매물을 꾸준히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인수를 검토한 AXA손해보험이 대표적이다. 신한금융은 메리츠화재, 롯데손보, 한화손보 등 최근 수년간 매물로 나왔거나 매각이 거론된 손보사의 잠재 인수 후보로 꼽혔다.

신한금융이 카디프손보를 낙점한 것은 신한금융지주의 주요 주주인 프랑스 BNP파리바그룹과의 오랜 인연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과 BNP파리바는 2001년 지주 출범 당시부터 동반자 관계를 이어왔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신한자산운용의 BNP파리바 보유 지분을 모두 인수해 사명을 바꾸기도 했다.

손해보험은 생명보험에 비해 대면 영업조직의 필요성이 작다. 인수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보험업의 화두인 인슈어테크(보험+기술)를 실험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도 있다.

보험시장에서도 빅테크와 격전

조용병號 신한지주 '리딩금융' 포석 마무리
신한금융이 카디프손보를 기반으로 일상 생활과 관련한 미니 보험 영역에 적극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모바일 앱을 통해 자동차보험과 휴대폰 보상보험 및 여행자보험 등을 우선 취급하고, 카디프손보가 장점을 보인 기업보험 등 특화 영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상 미니 보험 서비스를 향후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와 연계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한 초개인화 서비스로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기업들이 보험대리점(GA)이나 디지털 손보사 설립에 나선 것도 비슷한 취지로 풀이된다. 마찬가지로 신한은행에서 방카슈랑스 영업이 가능한 데다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등 주요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향후 보험시장에서도 빅테크와 전통 금융사 간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