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기술 세계 수도 될 것"…일본 고베시의 ESG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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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포럼 2021
11월10~11일 그랜드워커힐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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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한국경제신문사 도쿄지국 사무실에서 효고현 고베시의 유명 디저트가게 라베뉴에 선물용 초콜릿 10㎏을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배송 수단, 배송 시간과 함께 상품 배송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나타내는 운송업체의 안내가 떴다.
철도는 200g, 선박 800g, 4t트럭 6.6㎏, 항공기는 7.7㎏이었다. 일본 최대 물류회사 일본통운이 지난 14일부터 시작한 배송 수단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교 서비스다. 이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배송 수단을 고르는 일본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 10월 세계에서 열 번째로 ‘2050년 탈석탄사회 실현’을 선언했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늦었지만 일단 정부가 목표를 정하자 일본 기업들은 일제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수소기술의 수도’로 불리는 고베시는 일본 ESG 전환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곳이다. 지난 19~20일 찾은 고베시 앞바다 수소스마트시티 터미널에서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액화수소 운반선 수소프런티어호가 호주에서 실어온 액화수소를 내리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호주 갈탄으로 생산한 액화수소를 일본으로 실어와 수소 발전소를 돌리는 것이다. 가와사키중공업, 에네오스(ENEOS),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 가와사키기선, 이와타니산업, J파워 등 일본 굴지의 제조업체와 에너지기업, 종합상사가 참가하고 있다. 일본은 2050년 연간 수소 생산 능력을 2000만t으로 늘려 이 시장을 장악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일본은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평가받는 수소와 이산화탄소 회수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히로시마 앞바다의 섬인 오사키카미지마에서는 세계 최초로 석탄가스화복합발전소(IGCC)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회수해 자원으로 활용하는 ‘오사키쿨젠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히타치, 2년새 탄소 1800t 감축…가와사키重, 수소발전 비용 확 낮춰
일본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사내탄소가격(ICP)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ICP는 기업 스스로 사업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가격을 매겨 보여주는 제도다. 일본 재계가 특유의 일사불란함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전환하는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사례다.
영국 비영리단체 CDP에 따르면 ICP를 도입한 일본 기업은 252곳으로 미국(266곳)과 함께 세계 선두권이다. 이미 ICP를 도입했거나, 2년 내 ICP를 도입하겠다는 기업 비중은 64%로 세계 1위다. 일본 재계 관계자는 “과거 비용절감 효과를 우선시하는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ICP를 고려한 사업을 선택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ICP를 2019년 도입한 히타치의 이와조노 야스유키 지속가능성추진본부 환경부장은 “도입 2년 만에 1800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후지쓰는 사업부별로 ICP를 부과해 내부적인 배출 삭감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일본은 수소 제조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에서도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일본 기업의 수소 관련 특허 경쟁력은 미국, 한국, 독일 등 2위 그룹을 따돌리고 2001년 이후 20년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소는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다. 문제는 액화천연가스(LNG)의 10배에 달하는 생산비용이다. 가와사키중공업과 에네오스(ENEOS), 스미토모상사 등 일본 대기업은 호주에서 대량으로 생산한 수소를 일본으로 운송해 수소 발전소를 운영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생산비용을 LNG의 1.5배까지 낮출 수 있다.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의 후원으로 19~20일 찾은 고베시 수소스마트시티 현장에서 니시무라 모토히코 가와사키중공업 수소전략 부본부장은 “1969년 일본의 첫 LNG 전력 생산비용은 석유를 원료로 쓰는 화력발전소의 1.7배였다”며 “수소 전력 생산비용을 LNG의 1.5배까지 낮추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의 이산화탄소 배출 축소 관련 특허 수는 2018년 말 기준 1만5000건이다. 2009년 이후 10년째 세계 1위다. 미국(9000건)과 한국(5000건)을 크게 앞선다. 주고쿠전력과 J파워는 히로시마 앞바다에서 진행 중인 오사키쿨젠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20%인 이산화탄소 회수율을 90% 이상으로 높이는 기술을 실용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ESG 경영을 정착시키는 데 적극적이다. 일본 금융청은 이르면 올해부터 유가증권보고서에 기후변화가 기업활동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 제도가 마련되면 4000여 개에 달하는 도쿄증시 상장사는 매년 빠짐없이 ESG 경영의 구체적인 내용과 위험요소를 투자자들에게 상세하게 알려야 한다.
고베·히로시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철도는 200g, 선박 800g, 4t트럭 6.6㎏, 항공기는 7.7㎏이었다. 일본 최대 물류회사 일본통운이 지난 14일부터 시작한 배송 수단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교 서비스다. 이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배송 수단을 고르는 일본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 10월 세계에서 열 번째로 ‘2050년 탈석탄사회 실현’을 선언했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늦었지만 일단 정부가 목표를 정하자 일본 기업들은 일제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수소기술의 수도’로 불리는 고베시는 일본 ESG 전환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곳이다. 지난 19~20일 찾은 고베시 앞바다 수소스마트시티 터미널에서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액화수소 운반선 수소프런티어호가 호주에서 실어온 액화수소를 내리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호주 갈탄으로 생산한 액화수소를 일본으로 실어와 수소 발전소를 돌리는 것이다. 가와사키중공업, 에네오스(ENEOS),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 가와사키기선, 이와타니산업, J파워 등 일본 굴지의 제조업체와 에너지기업, 종합상사가 참가하고 있다. 일본은 2050년 연간 수소 생산 능력을 2000만t으로 늘려 이 시장을 장악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일본은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평가받는 수소와 이산화탄소 회수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히로시마 앞바다의 섬인 오사키카미지마에서는 세계 최초로 석탄가스화복합발전소(IGCC)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회수해 자원으로 활용하는 ‘오사키쿨젠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히타치, 2년새 탄소 1800t 감축…가와사키重, 수소발전 비용 확 낮춰
日 탄소배출 저감 기술 특허 1위…상장사 ESG실적 의무공시 추진
일본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사내탄소가격(ICP)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ICP는 기업 스스로 사업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가격을 매겨 보여주는 제도다. 일본 재계가 특유의 일사불란함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전환하는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사례다.영국 비영리단체 CDP에 따르면 ICP를 도입한 일본 기업은 252곳으로 미국(266곳)과 함께 세계 선두권이다. 이미 ICP를 도입했거나, 2년 내 ICP를 도입하겠다는 기업 비중은 64%로 세계 1위다. 일본 재계 관계자는 “과거 비용절감 효과를 우선시하는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ICP를 고려한 사업을 선택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ICP를 2019년 도입한 히타치의 이와조노 야스유키 지속가능성추진본부 환경부장은 “도입 2년 만에 1800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후지쓰는 사업부별로 ICP를 부과해 내부적인 배출 삭감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일본은 수소 제조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에서도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일본 기업의 수소 관련 특허 경쟁력은 미국, 한국, 독일 등 2위 그룹을 따돌리고 2001년 이후 20년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소는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다. 문제는 액화천연가스(LNG)의 10배에 달하는 생산비용이다. 가와사키중공업과 에네오스(ENEOS), 스미토모상사 등 일본 대기업은 호주에서 대량으로 생산한 수소를 일본으로 운송해 수소 발전소를 운영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생산비용을 LNG의 1.5배까지 낮출 수 있다.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의 후원으로 19~20일 찾은 고베시 수소스마트시티 현장에서 니시무라 모토히코 가와사키중공업 수소전략 부본부장은 “1969년 일본의 첫 LNG 전력 생산비용은 석유를 원료로 쓰는 화력발전소의 1.7배였다”며 “수소 전력 생산비용을 LNG의 1.5배까지 낮추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의 이산화탄소 배출 축소 관련 특허 수는 2018년 말 기준 1만5000건이다. 2009년 이후 10년째 세계 1위다. 미국(9000건)과 한국(5000건)을 크게 앞선다. 주고쿠전력과 J파워는 히로시마 앞바다에서 진행 중인 오사키쿨젠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20%인 이산화탄소 회수율을 90% 이상으로 높이는 기술을 실용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ESG 경영을 정착시키는 데 적극적이다. 일본 금융청은 이르면 올해부터 유가증권보고서에 기후변화가 기업활동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 제도가 마련되면 4000여 개에 달하는 도쿄증시 상장사는 매년 빠짐없이 ESG 경영의 구체적인 내용과 위험요소를 투자자들에게 상세하게 알려야 한다.
고베·히로시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