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디지털세, 글로벌기업 70∼80곳 낼 것"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30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디지털세 합의안을 추인한 것과 관련, "한국 정부는 국익을 극대화하는 관점에서 협상에 임해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을 만나 "이번 합의로 인해 한국 정부의 세수가 약간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디지털세 합의안은 일정 매출액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이윤을 올리는 나라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매출발생국 과세권 배분'(필라 1), 일정 매출액 이상의 글로벌 기업은 세계 어느 곳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15% 이상의 세금을 반드시 내도록 하는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필라 2)으로 구성된다.

홍 부총리는 한국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필라1에 따라 수천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수 있지만, 필라2에 따라 수천억원의 세수가 늘며 종합적으로는 세수가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홍 부총리가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필라1에서 세수 감소가 발생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거두는 이윤이 워낙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필라1이 시행되면 우리나라도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을 근거가 마련된다.

홍 부총리는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매출을 일으키는 기업 가운데 70, 80개 정도 기업에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해당 기업들의 이익률이 높지 않지만, 거대 플랫폼 사업자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가 거둘 수 있는 세수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로는 2025∼2030년 사이에 필라1 세수 효과도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홍 부총리는 내다봤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같은 금액의 세금을 내되 세금을 내는 곳만 달라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세 도입에 따른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반도체 등 중간 투입재의 경우 추가로 최종 매출 귀속 기준을 결정해야 하고, 기업이 이미 시장소재국에 세금을 내는 경우 해당 국가에 배분될 과세권 규모를 제한하는 세이프 하버 조항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홍 부총리는 "매출 귀속 기준을 어떻게 할지, 세이프 하버 기준을 어느 정도 도입할지에 따라 세수 추계는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