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대출 규제 속에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는 중국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이달 갚아야 하는 달러표시채권의 원금과 이자가 2조4000억원대이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업체들은 11월 첫 주(1~7일)에 1억400만달러, 둘째 주 11억5000만달러, 셋째 주 5억9400만달러, 넷째 주 2억4300만달러의 달러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총 20억9100만달러(약 2조4500억원)에 달한다.

중국 2위 부동산업체인 헝다그룹과 중견 업체인 푸리, 신리, 화양녠 등 최소 4곳이 지난 9월 이후 원금과 이자를 제대로 상환하지 못해 잠정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30일의 유예기간 이내까지 갚지 못하면 공식 디폴트가 되고, 채권단의 신청 등에 따라 파산 절차로 돌입할 수 있다.

위기의 핵심인 헝다그룹은 오는 6일 계열사 징청이 8250만달러의 이자를 갚아야 한다. 또 지난달 11일 갚아야 했던 3건(총 1억4800만달러)의 미지급 이자를 오는 11일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공식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상위 30개 부동산업체 가운데 3분의 2가 당국의 대출 제한 기준인 '3대 레드라인'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3대 레드라인은 △선수금을 제외한 자산부채비율 70% 미만 △순부채비율(부채에서 유동자산을 뺀 후 자본으로 나눈 비율) 100% 미만 △단기부채 대비 현금 비율 100% 미만 등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9월 이 기준을 내놓고 지난 6월부터 위반 정도에 따라 대출 총액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올 하반기 들어 부동산업체들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된 이유다.

부동산시장 위축과 전국적인 전력난에 중국의 제조업 경기도 식어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전날 발표한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전월(49.6)보다 더 내려갔다. 국가통계국 공식 PMI는 대형 국유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차이신이 중소기업과 수출기업들까지 포함해 조사하는 차이신 제조업 PMI는 10월 50.6으로 전월(50%)에 비해 소폭 개선됐다. 차이신은 국내 수요가 회복되면서 신규 주문은 늘었으나 원자재가격 상승, 전력난 등으로 생산 부문은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