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을유문화사는 고골의 대표 희곡 작품들만 엄선한 선집 '감찰관'을 을유세계문학전집 115번째 작품으로 출간했습니다.
이 책에는 고골의 희곡 중 가장 유명하고 작품성이 뛰어난 '감찰관'을 비롯해 '결혼', '도박꾼' 등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세 작품 모두 유쾌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고골 희곡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는 평입니다. 러시아문학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전범으로 손색이 없다고 하는데요. 앞서 지난 8월에는 새움출판사에서 고골의 단편집 '코'를 내놨습니다. 이 책에선 '코'와 '외투' '광인의 수기' '사리진 편지' 등 5편이 담겼습니다.
이로써 19세기 러시아문학을 대표하는 고골의 주요 작품을 다시금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고골 작품 속 소시민들은 사회와 인생의 풍파에 휘청거리는 시대와 환경의 희생자들이라고 합니다.
고골의 작품 속에서 시장을 찾을 청년을 감찰관으로 오인한 시장과 상인들이 그를 융숭히 대접하고 뇌물을 바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러시아 사회에 만연했던 관료주의와 부정부패를 정면으로 다루고 꼬집은 것입니다.
'외투'에선 서민의 목숨과도 같은 외투가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지고, 추운 러시아의 혹한을 그대로 맞이해야 하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판타지입니다.
부조리한 사회 속 소시민의 모습을 통해 개인에 대한 그의 동정심을 느끼게 하고, 부패한 속물주의를 폭로해 현실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인데요.
지방정부 시장, 정치권 유력인사, 유명 전관 변호사 등 힘있는 사람과의 연줄을 강조하거나 그들과 결탁해 천문학적 거액을 챙긴 '화천대유 사태'와 같은 일들이 빚어지고, 코로나19 충격파로 서민들이 외투를 빼앗긴 작품 속 주인공처럼 경제적 궁지에 몰린 오늘날의 모습은 희곡 속 한 장면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과연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은 19세기 고골이 꼬집고, 풍자하고, 비틀었던 세계와 다르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요.
소설 같은, 아니 소설보다 더 한 현실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답이 선뜻 나오지 않습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