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을 내세우며 핵심 영업정보를 내놓으라는 압박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는 지난 9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의 기업들에 △반도체 재고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 설문지에 대한 답을 11월 8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민감한 기업 내부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는 업계의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하는 등 지속해서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정부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는 분위기다. 1주일 만에 상황을 뒤집기는 힘들 것으로 본 것이다. 미국 상무부 대변인은 “인텔, GM, 인피니온,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기업들이 조만간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며 “우리는 이런 노력에 매우 감사하고 다른 기업들도 동참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보조금 이슈를 놓고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 정부는 대신 자국 내 투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상원은 6월 반도체 제조에 520억달러(약 61조36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미국 혁신 경쟁법’을 가결했지만, 하원에서는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 입장에선 미국 정부 예산 지원을 두고 미국 기업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인텔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자국 산업을 중심으로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현지 언론을 통해 한국과 대만 등 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 노골적인 견제 발언을 쏟아냈다. 겔싱어 CEO는 “우리의 생산비가 아시아보다 30~40% 비싸서는 안 된다”며 “이 차이를 줄여 미국에 더 크고 성능 좋은 반도체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미국 정부에 호소했다.

상원에서 처리된 법안에는 미국 기업과 해외 기업을 차별하는 내용이 없지만 하원 심사 과정에서 소수 정치인들이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에만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DC 현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렛대 삼아 외국 기업들을 길들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