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동향 모르면 사업 못 한다"…CJ·한화도 美 'K스트리트'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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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이어 방산·식품까지
워싱턴에 對官 거점
삼성, 올 대관 임원 파견
SK, 북미지역 총괄 부회장 신설
워싱턴에 對官 거점
삼성, 올 대관 임원 파견
SK, 북미지역 총괄 부회장 신설
“미국 정부와 의회의 정책 변화를 최대한 빨리 포착해야 합니다.” 한 대기업 워싱턴DC 주재원이 “요즘엔 경쟁사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강경책을 쏟아내는 미국 정부가 더 무섭다”며 꺼낸 말이다.
미국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현지 대관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내 투자가 많은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기업뿐 아니라 철강과 식품, 방위산업까지 미국 정부 움직임에 민감한 대부분의 업종이 워싱턴DC에 새 거점을 세우거나 기존 조직을 키우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린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영향이다.
삼성도 미국 정부를 상대할 일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새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삼성SDI도 세계 4위 완성차 기업인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에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한다. 삼성은 미국 투자 규모가 늘어나자 올해 처음 한국에서 글로벌 대관 담당 임원을 미국에 파견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대관 임원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SK 역시 미국 투자가 증가하면서 대관 업무 수요가 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포드와 손잡고 미국에 총 114억달러(약 13조4634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조립공장과 3개의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 양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이자 미국 내 배터리 공장 투자 건 중 최대다. 미국 내 사업이 커지자 북미 지역 총괄부회장직을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신사업을 시작한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미래 기술 관련 정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는 올 4월 워싱턴DC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거점인 ‘제네시스 에어 모빌리티’를 설립했다. 기술 중심지인 실리콘밸리가 아닌, 워싱턴DC를 UAM 사업의 교두보로 삼은 것은 미국 정책 방향에 따라 사업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방산 업체들은 미국 대관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한화는 한화디펜스를 중심으로 미국 법인을 확대 재편했다. 올해 초 워싱턴DC에 있는 방산 계열사 미국 조직을 한화디펜스USA로 합치고 인원 수도 8명에서 15명으로 늘렸다. 경제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산업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고 이 같은 분위기가 상당 부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 관리 차원에서라도 미국 대관 조직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분위가”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가와의 네트워킹을 위해 전직 관료를 영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9월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미국법인 고문으로 영입했다. 비건 전 부장관의 폭넓은 네트워크가 미국 사업에 보탬이 될 것으로 봤다.
올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도 가세했다. 이 회사는 8월 트럼프 정부 시절 대북협상특별부대표를 지낸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쿠팡 워싱턴DC사무소 임원으로 뽑았다. 그는 워싱턴DC에서 쿠팡의 미국 투자와 관련한 대관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강경민 기자 surisuri@hankyung.com
미국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현지 대관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내 투자가 많은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기업뿐 아니라 철강과 식품, 방위산업까지 미국 정부 움직임에 민감한 대부분의 업종이 워싱턴DC에 새 거점을 세우거나 기존 조직을 키우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린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영향이다.
K기업, ‘K스트리트’에 속속 입성
LG그룹은 SK와 배터리 소송을 벌이면서 글로벌 대관 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2019년 4월 처음 소송이 제기될 때만 해도 ‘법무 조직만 강화하면 된다’는 것이 그룹의 판단이었다. 이 이슈가 글로벌 분쟁으로 비화하고 국제무역위원회(ITC)로 공이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 정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워싱턴DC에 거점이 없었던 LG가 현지 사무소를 설립하게 된 배경이다. LG 관계자는 “일단 전무급을 포함한 7~8명의 조직으로 워싱턴DC 사무실을 열고 필요에 따라 규모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삼성도 미국 정부를 상대할 일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새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삼성SDI도 세계 4위 완성차 기업인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에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한다. 삼성은 미국 투자 규모가 늘어나자 올해 처음 한국에서 글로벌 대관 담당 임원을 미국에 파견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대관 임원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SK 역시 미국 투자가 증가하면서 대관 업무 수요가 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포드와 손잡고 미국에 총 114억달러(약 13조4634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조립공장과 3개의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 양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이자 미국 내 배터리 공장 투자 건 중 최대다. 미국 내 사업이 커지자 북미 지역 총괄부회장직을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신사업을 시작한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미래 기술 관련 정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는 올 4월 워싱턴DC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거점인 ‘제네시스 에어 모빌리티’를 설립했다. 기술 중심지인 실리콘밸리가 아닌, 워싱턴DC를 UAM 사업의 교두보로 삼은 것은 미국 정책 방향에 따라 사업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미국의 칼날에 늘 대비해야”
4대 그룹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워싱턴DC 로비업체들의 거리인 ‘K스트리트’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과 각종 법률 리스크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CJ가 대표적 사례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1조9000억원가량을 들여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와스컴퍼니를 인수했다. 2017년엔 미국 바이오 벤처 메타볼릭스를 사들였다. 미국 내 직원 수가 1만 명을 넘어 국내 기업 중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방산 업체들은 미국 대관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한화는 한화디펜스를 중심으로 미국 법인을 확대 재편했다. 올해 초 워싱턴DC에 있는 방산 계열사 미국 조직을 한화디펜스USA로 합치고 인원 수도 8명에서 15명으로 늘렸다. 경제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산업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고 이 같은 분위기가 상당 부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 관리 차원에서라도 미국 대관 조직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분위가”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가와의 네트워킹을 위해 전직 관료를 영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9월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미국법인 고문으로 영입했다. 비건 전 부장관의 폭넓은 네트워크가 미국 사업에 보탬이 될 것으로 봤다.
올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도 가세했다. 이 회사는 8월 트럼프 정부 시절 대북협상특별부대표를 지낸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쿠팡 워싱턴DC사무소 임원으로 뽑았다. 그는 워싱턴DC에서 쿠팡의 미국 투자와 관련한 대관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강경민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