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뜻밖의 구인난'
온라인 구인 공고 44% 늘었지만
알바 지원자는 10% 가까이 감소
청년들, 지원금 받으며 취업 전념
단기 일자리 기피 등 원인 복합적
"20대 인구 줄며 인력난 심화 우려"
서울 중구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고준호 씨(38)는 5주째 아르바이트(알바) 직원을 찾고 있다. 온라인에 알바 구인 공고를 올린 지 3주가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어 사이트 상단에 유료로 공고를 노출시켜주는 구인 홍보 서비스까지 이용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는 “2명에게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기로 약속을 정했는데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며 “2년 전만 해도 (공고를 내면) 지원자가 40명 정도는 됐는데 이렇게 알바 구하기가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구인공고 늘었지만 구직자 줄어
알바를 구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는 건 고씨만이 아니다. 인터넷 자영업자 카페에는 “한 달째 알바 구하기 실패”, “알바 구하는 꿀팁 전수” 등 알바를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는 업주들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1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규제로 2년 가까이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들도 손님맞이 채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구인난으로 인한 일손 부족, 인건비 증가가 자영업자들의 회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에 따르면 올해 1~8월 알바천국에 등록된 알바 구인 공고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4.2%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알바 지원 건수는 지난해 동기보다 8.4%,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12.7% 감소했다. 알바를 찾는 자영업자는 큰 폭으로 늘었지만, 지원자는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카페 겸 술집을 하는 김모씨(49)는 최근 알바 플랫폼의 구직자 정보 열람 서비스를 신청했다. 이후 등록된 구직자 50여 명에게 ‘상수동 카페 ○○○인데 이런 조건이니 관심있는 사람 연락 달라’는 문자를 돌렸다. 그는 “어떤 업주들은 당근마켓에 구인 글을 올리기도 한다”며 “위드 코로나에 대비해 누구라도 채용하려면 시급을 과거에 비해 훨씬 올려야 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악화된 근로 여건, 달라진 청년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복합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근로환경 악화와 이로 인한 청년들의 인식 변화가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과 코로나로 인한 영업시간 단축으로 이른바 ‘쪼개기 알바’가 업계에 만연하는 등 근로 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자영업 시장에 쪼개기 알바 관행이 정착해 시급이 올라도 전체적으로 버는 돈은 줄어드는 추세”라며 “청년들은 차라리 정부지원금을 받으며 취업에 전념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단순 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의 기피 현상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에 비해 각종 취업지원 제도가 잘돼 있어 청년들이 ‘단순 알바에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기보다 구직활동에 전념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구직 청년들에게 직접 지원하는 제도로는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지원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1인당 50만원을 지역상품권으로 주는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수당, 6주 이수 시 총 2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 도전지원사업 등이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노동 강도가 낮은 정부 공공일자리, 각종 비대면 알바 등으로 몰리고, 대부분 대졸자인 20대 후반은 정부지원금을 받으며 구직에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청년인구 감소…“구인난 심화할 것”
일각에서는 ‘항아리형 인구구조’로 인해 알바 구인난이 구조적·추세적으로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행정안전부의 ‘2021 주민등록 연령별 인구통계’를 보면 2008년 전체 인구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4.6%(723만 명)였는데 올해는 13.1%(675만 명)로 줄었다.알바천국에 따르면 알바 지원자의 절반 이상(55%)을 차지하는 20대의 지원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1% 줄었다. 이 가운데 취업준비 연령대인 25~29세의 지원량은 15.0% 줄어 감소폭이 더 컸다.
최다은/장강호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