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선 경선 후보자들이 나온 배경판 앞을 지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선 경선 후보자들이 나온 배경판 앞을 지나고 있다. 김범준 기자
국민의힘의 최종 대선후보를 결정할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1~2일 책임 당원 대상 모바일 투표로 시작해 3~4일 자동응답조사(ARS)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시행한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면서 당원 투표율만 60%를 웃도는 사상 최고 투표율도 예상되고 있다.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네 명의 후보는 각자 ‘높은 투표율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취약 지지층을 겨냥한 막판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변수로 떠오른 ‘당원 투표율’

국민의힘에 따르면 1일 모바일 당원 투표율은 43.82%였다. 네 명의 예비후보를 뽑은 지난 2차 예비경선의 첫날 투표율(39.1%)과 비교하면 5%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역대 대선 경선과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이다. 과거 탄핵국면에서 치뤄진 19대 대선 경선 최종 당원 투표율은 18.7%,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된 18대 대선 당원 투표율은 41.2%였다. 첫날 이미 과거 투표율을 뛰어 넘은 셈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간에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투표율이 치솟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종 당원 투표율이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본경선에서는 60%를 넘어 70%에 달하는 투표율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투표율 70%를 넘기면 한 달 동안 탄수화물을 끊겠다”고 밝히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높은 투표율로 인해 서버가 일시적으로 멈추는 일도 있었다.

최종 후보는 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로 결정한다. 여론조사는 현재 다른 조사기관에서 실시·공개하는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만큼 당원 투표가 결과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신입 당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전당대회 당시 28만 명이던 당원은 현재 58만 명으로 5개월 사이 30만 명 가까이 늘었다.

주로 홍 의원을 지지하는 20~40대와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50~60대 이상의 세대 간 대결 양상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국민의힘의 ‘볼모지’였던 20·30·40세대가 얼마만큼 투표에 나서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들은 신입 당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030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등에서는 투표 참여 인증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尹은 경기도로, 洪은 TK로

윤 전 총장은 이날 경기도를 찾았다. 일반 여론조사와 20·30·40세대 당원 지지율에서 조금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와 중도층이 많은 수도권 공략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이 ‘반문 대표 후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 인사들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하면서 철지난 이념과 자기들의 이너서클을 갖고 여기까지 왔다”며 “그 사람들의 민낯을 국민께 드러나게 했다고 해서 저도 참 많은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투표가 진행되는 오늘부터 4일까지 또 무슨 사달을 낼지 모른다”면서도 “당원동지 여러분은 저의 맷집에 대해서는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꼽히는 당원 투표에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당원의 상당수가 있는 대구·경북(TK)을 찾았다. 홍 의원은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대세는 저 홍준표로 굳어지고 있다”며 “TK의 압도적 지지로 승리에 마침표를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26년간 당을 지켰고 우리 당원 동지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조치 등을 언급하면서는 “혹여 저의 부족함이나 소홀함 때문에 마음이 상하셨다면 이제는 마음을 푸시고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과거 홍준표’가 아니라고도 했다. 홍 의원은 “오히려 제가 개혁 정치인 이미지로 변했고, 이준석 대표와 케미가 맞는 새로운 정치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국회의원 회관을 돌며 보좌진과 당직자들을 만났다. 유 전 의원은 막판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를 언급했다. 유 전 의원은 “이번에 신입 당원만 30만 명 가까이 늘었다”며 “이제까지 여론조사로는 전혀 안 잡히는 부분들이 있다”고 했다. 또 “최근 정책 토론을 계속 거치면서 젊은 20·30·40대의 표심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국회의원 회관을 찾아 “원희룡을 찍으면 원희룡이 된다”며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정책, 인성, 능력, 경험까지 모든 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압도할 후보는 바로 원희룡”이라며 “압승을 넘어 부패의 몸통을 압송할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