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행위, 미국 도덕성에 오점 남길 것…부끄러워해야"

관타나모 고문 증언에 충격받은 美배심원…테러범 사면 요청
쿠바 관타나모 수용자들에게 자행된 인권침해 실상을 접한 미국 군사 법정의 배심원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공동 서한을 작성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관타나모 수감 과정에서 고문을 받았다고 증언한 마지드 칸(41)에 대한 재판에 참여했던 배심원 8명 중 7명이 미군 지휘부에 공동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현역 장교 신분인 이들은 서한에서 피고인 칸이 겪은 고문에 대해 "미국의 도덕성에 오점을 남길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국적으로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칸은 9·11 테러 당시 알카에다 조직원이었다.

알카에다의 일부 작전 계획에도 참여한 칸은 미국 정부에 체포된 뒤 2006년 관타나모로 이송되기 전 3년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블랙 사이트에서 심문을 받았다.

칸은 당시 물고문을 비롯해 구타와 성폭행 등을 당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협조하면 할수록 고문의 강도는 더 커졌다"고 증언했다.

관타나모 고문 증언에 충격받은 美배심원…테러범 사면 요청
이에 대해 배심원들은 "이 같은 학대 행위는 정보수집이란 측면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고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에도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6년 형을 선고받은 칸의 사면을 요청했다.

이들은 21세 때 이슬람교 급진사상의 영향으로 알카에다에 가입한 뒤 미국 정부에 체포돼 10여 년간의 수감생활을 겪은 칸이 더는 미국 사회에 위협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들은 "칸은 이제 41세가 됐고, 아직 만나보지 못한 딸도 있다"며 "향후 극단주의에 빠져 사회의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편지는 군사법원의 선고 결과를 최종 승인하는 군 지휘부에 전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