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들이 상장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한 주간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과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가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습니다. 또다른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마켓은 상장 주관사들로부터 100억원 투자를 받고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지요. 코로나19 사태로 덩치도 관심도 눈에 띄게 늘었던 온라인 새벽배송 업체들은 지금을 상장의 적기라고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걸림돌이 있습니다.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적, 위드 코로나 시대에 한 풀 꺾인 ‘e커머스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입니다.
상장 서두르는 새벽배송 업계의 속내는 [한경엣지]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은 지난달 27일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와 JP모간체이스가 공동 주관사를 맡는 등 ‘외국계 군단’을 꾸렸지요.

쓱닷컴이 목표로 하는 기업가치는 10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e커머스 업체들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주로 쓰이는 지표는 거래규모입니다. 쓱닷컴의 목표 기업가치는 지난해 연간 거래규모(약 4조원)의 배를 웃돌지요. 때문에 투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외국계 증권사들을 주관사로 대거 선정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쓱닷컴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 총계가 1조4000억원대로 관리 가능한 수준의 손익을 유지하고 있다”며 “전국 단위의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도 향후 성장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틀 뒤인 29일 마켓컬리도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JP모간을 공동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켓컬리 역시 내년 상반기 국내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연내 한국거래소에 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입니다. 컬리 측에 따르면 올해 연간 거래규모 전망치는 2조원 수준으로 지난해(약 1조원)의 2배 수준입니다.

그 사이인 지난달 28일 또다른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마켓은 총 1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상장 대표 주관사를 맡고 있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50억원씩을 투자했습니다. 이번 투자에서 인정된 기업가치는 1조100억원으로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습니다.
상장 서두르는 새벽배송 업계의 속내는 [한경엣지]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들은 왜 일제히 상장에 속도를 내는 걸까요. 코로나19 수혜업종으로 관심을 끌어모았고, 아직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실적보다 성장성에 집중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적기를 놓치면 상장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새벽배송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거래규모가 급성장했습니다. 쓱닷컴은 지난해 매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씩 늘었지요.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은 9530억원으로 전년(4290억원)의 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러나 오프라인 점포를 함께 운영하는 오아시스마켓을 제외하고 흑자를 내는 곳은 없습니다. 쓱닷컴은 여전히 매 분기 영업적자를 내고 있고, 창립 이후 매년 적자를 이어온 컬리는 현재 회계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지요.

우선 새벽배송 자체가 흑자를 내기 어려운 사업입니다. 크고 작은 물류센터와 배송망 등 기존에 없던 물류 인프라에 투자를 해야 하고, 상품군을 늘려 소비자들을 끌어모아야 합니다. 한편으로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편리하게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정보기술(IT)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야 하지요. 온라인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환경을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하고요. 주문이 들어온 제품을 분류하는 피킹(picking)부터 소비자의 집 앞으로 보내지는 물류 과정을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길러야 하지요. 이를 맡아줄 IT 인력에 들어가는 인건비도 큽니다.
상장 서두르는 새벽배송 업계의 속내는 [한경엣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 경쟁이 심화되며 흑자전환은 더 멀어졌습니다. 쓱닷컴·컬리·쿠팡 세 곳으로 대표되던 신선식품 배송 시장에 롯데, 현대백화점, GS 등이 유통 대기업들이 뛰어들었지요. 저마다 고객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할인 쿠폰을 쏘고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섭외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었습니다.

올 초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국내 e커머스 ‘대장주’ 쿠팡의 주가가 부진한 이유에도 실적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쿠팡은 뉴욕 증시에 상장할 때까지만 해도 1일(현지시간) 기준 쿠팡 주가는 30.23달러로 공모가(35달러)를 밑도는 수준입니다. 쿠팡은 지난 2분기 매출이 44억7800만달러(약 5조1811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하는 등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요. 다만 영업적자도 5억1493만달러(약 5957억원)로 여전히 상당한 수준입니다. 덕평 물류센터 화재로 인해 순손실(6029억원)이 일시적으로 크게 늘어난 영향도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세계에 확산된 지 약 2년 만에 맞는 ‘위드 코로나’는 향후 새벽배송 시장의 성장성에 물음표를 던지기도 합니다. 지난해와 올해 사람들은 감염에 대한 우려로 온라인 배송에 상당 부분 의존했습니다. 그러나 백신 접종으로 사람들은 천천히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때를 기다리던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한우 반값 세일’ 등 파격적인 행사로 이미 소비자들을 끌어오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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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