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대교 중턱에 있는 노들섬의 복합문화공간 운영업체가 사업비를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운영업체를 민간위탁 사업비 약 56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했다고 2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8~10월 감사위원회가 진행한 노들섬 조성 및 운영실태 감사에서 운영업체의 사업비 횡령 혐의를 적발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해당 운영업체는 시로부터 받은 민간 위탁사업비 잔액과 관련,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해 지출한 뒤 그 대금을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약 56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민간 위탁 사업비 잔액은 관련 규정 등에 따라 회계연도 종료 후 시에 반납해야 한다.

이번 감사에서 운영업체는 서울시의 승인 없이 제3자와 용역을 체결하면서 이면계약을 맺고 비자금을 주고받는 등 자금 세탁을 시도한 혐의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위탁자가 위탁사업비를 횡령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위탁운영사는 어반트랜스포머 플랙스앤코 컨소시엄이다. 어반트랜스포머는 서울시립대 교수 등이 참여한 도시건축 스타트업으로 알려져 있다. 시로부터 받는 위탁 운영비는 연간 27억여원이다.

그동안 노들섬 개발사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5년 노들섬에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벤치마킹한 대규모 공연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처음으로 세웠고,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 계획을 이어받아 사업을 추진했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이후 상황은 뒤집혔다. 박 시장은 오페라하우스 설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노들섬을 주말농장용 텃밭으로 꾸몄다. ‘아까운 부지를 놀린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2015년 개발 사업을 재추진해 2019년 9월 복합문화공간을 개장했다. 여기에는 583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노들섬의 설계가 대폭 변경되면서 “외형이 교도소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콘텐츠 부족 등 운영이 미숙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코로나19로 방문객이 더욱 줄어들면서 한때 ‘유령섬’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계열 서울시 감사위원회 감사담당관은 “앞으로도 민간위탁이나 보조사업자가 사업비를 횡령하는 등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수사기관 고발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향후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어반트랜스포머와 플랙스앤코 측은 "3000평 규모의 시설 운영 과정에서 전수열비, 시설유지관리비 등 필수적인 비용을 제외하면 정작 사업비는 2억~3억여원 수준인 상황에서 어떻게 횡령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운영사가 추가적인 자부담까지 하며 노들섬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횡령의 동기가 없다"며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