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채권 가격도 급락하면서 갈 길 잃은 투자금이 초단기채권 펀드로 몰리고 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초단기채권이 투자자들의 자금 대피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주 동안 국내 31개 초단기채 펀드에 716억원이 순유입됐다. 초단기채 펀드는 잔존 만기가 1년 이하인 국채와 통화안정채권 등에 주로 투자한다. 수익률이 높진 않지만 표면금리만큼의 이익을 안전하게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 초단기채 펀드는 환매 수수료가 없어 유동성도 높다.

초단기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TIGER단기통안채’에는 1주일 새 1664억원이 순유입됐다. ‘TIGER단기채권액티브’(608억원) ‘KOSEF단기자금’(46억원) 등에도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 일반 채권형 펀드 175개에서는 최근 한 주 동안 144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회사채 펀드 7개에서도 11억원이 순유출됐다.

일반 채권형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초단기채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 위험 때문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채권값은 하락한다. 장기채는 듀레이션(만기)이 긴 특성상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단기채는 금리가 출렁일 때도 변동성이 낮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될 때 단기채 비중을 높이고 장기채 비중을 줄이는 게 일반적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기채권과 단기채권의 금리가 똑같이 0.1%포인트 뛰더라도 장기채권의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단기채권은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한 뒤 상환받으면 되기 때문에 위험이 작다”고 설명했다.

국내 초단기채 펀드는 연초 이후 0.4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공채(-2.15%)·회사채(-0.13%)·일반채(-0.94%) 펀드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양호한 성적이다. 국내 초단기채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0.08%로 국내 채권형펀드(-0.73%)와 국내 주식형펀드(-4.30%) 수익률을 웃돌았다. 남도현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전략팀장은 “단기채는 만기까지 보유한 후 금리가 상승했을 때 재투자를 통해 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