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도 돈이 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타버스 ETF가 모두 실적 등 재무적 지표가 아니라 키워드를 기준으로 종목을 선정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증권업계에선 키워드를 포함한 비재무적 정보, 즉 대체데이터(얼터너티브데이터)의 활용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Fn메타버스KODEX K-메타버스액티브KBSTAR iSelect메타버스HANARO Fn K-메타버스MZ 등 네 종목의 순자산총액은 3090억원(1일 기준)이다. 지난달 13일에 상장돼 3주가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상당한 자금이 들어왔다는 평가다. 상장 초기 주가 흐름도 양호하다. 상장 이후 이날까지 13.4%(HANARO Fn K-메타버스MZ)~26.25%(KODEX K-메타버스액티브)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ETF는 수익률부터 담고 있는 종목 등이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키워드를 기반으로 종목을 고른다는 점이다. 이 ETF들은 사업보고서와 애널리스트 보고서 등을 분석해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많이 언급되는 종목을 1차로 고른다. 이후 ETF별로 시가총액과 섹터 내 가중치를 고려해 2차로 종목을 선별한다.

키워드와 같은 비재무적 정보를 증권업계에선 대체데이터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도 자주 쓰이는 대체데이터로는 유튜브 조회 수와 구글 검색 추이 등이 있다. 엔터테인먼트주 투자를 위해 유튜브 조회 수를 분석하거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항공업계 수요를 가늠하고자 구글 검색 추이를 참고하는 식이다. 미국 증권업계는 더 고도화된 대체데이터를 쓴다. 주유소에 사람들이 얼마나 줄을 서 있는지, 편의점 자동문이 얼마나 자주 여닫히는지 등의 데이터를 투자에 이용한다.

국내에서도 대체데이터 활용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버스 등 새로운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이 이유 중 하나다. 재무제표 등 기존에 쓰이던 재무적 지표로는 기준에 부합하는 종목 선정이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메타버스가 아직 추상적인 개념이다 보니 관련주가 무엇이냐를 두고 지금도 논란이 많다”며 “사업보고서에 메타버스가 많이 언급되는 종목이 가장 적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펀드매니저도 추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ETF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업계 전반에 대체데이터 활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