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에서 처음 문을 연 테라로사는 풍미가 깊은 커피 맛과 독특한 매장 인테리어로 주목을 받았다. 내부가 2층으로 돼 있는 강릉의 한 매장.  한경DB
강원도 강릉에서 처음 문을 연 테라로사는 풍미가 깊은 커피 맛과 독특한 매장 인테리어로 주목을 받았다. 내부가 2층으로 돼 있는 강릉의 한 매장. 한경DB
강원 강릉에 본점을 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테라로사(TERAROSA)’가 국내 사모펀드(PEF)인 유니슨캐피탈로부터 700억원 규모 투자를 받는다. 지방 도시 외곽의 커피 전문점이 입소문을 타고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까지 진출하는 이른바 ‘블루보틀’ 식의 성공 스토리가 한국에서도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유니슨캐피탈은 최근 테라로사 브랜드를 운영하는 유통업체 학산의 지분 35%를 7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학산 창업자인 김용덕 대표는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경영에 계속 참여할 예정이다.

테라로사는 2002년 강릉에서 출발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다. 스페셜티 커피는 세계 스페셜티커피협회(SCA) 기준으로 80점(100점 만점) 이상을 받은 고급 원두를 사용한 커피를 말한다. 세계 원두 생산량 중 7%만 스페셜티 커피 인증을 받는다.

김 대표는 20여 년간의 은행원 생활을 접고 고향인 강릉에서 개업했다. 테라로사는 로스팅 공장을 매장 내부에 배치하는 공장형 콘셉트로 눈길을 끌었고, 차별화된 커피 맛으로 유명해지며 국내 대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전국 각지의 커피 마니아들이 테라로사에 관한 소문을 듣고 강릉을 찾으면서 강릉을 ‘커피의 도시’로 떠오르게 한 ‘원조’ 카페이기도 하다.

지금은 전국에 직영점 19개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매년 르완다 등 해외 커피 산지를 돌아다니며 최상급 생두를 직거래로 수입한 뒤 로스팅 과정, 제품 개발, 유통 과정을 일일이 챙겨 품질 관리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테라로사는 매장마다 각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인테리어가 특징으로 꼽힌다. 본점인 강릉점은 벽돌 건물과 주변 숲이 공생하는 수목원 테마를 도입했고, 부산 수영점은 공장 터를 개조해 주변 골목문화 공간과 어울리는 갤러리 느낌을 살렸다는 평가다. 이 투자업계 관계자는 “테라로사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 주변 문화를 향유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을 목적으로 한 점이 주효했다”며 “대부분의 매장이 도심과는 다소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유니슨캐피탈은 2014년 대만 밀크티 브랜드 업체인 공차를 인수해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낸 뒤 2019년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이 있다. 해외 프랜차이즈 본사를 국내 사모펀드가 인수해 기업가치를 제고한 뒤 매각한 첫 사례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테라로사 경영진이 외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유니슨캐피탈의 이런 경험을 높이 샀다”며 “글로벌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가 테라로사의 해외 진출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