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 선거를 4개월 앞두고 여야 간 역대급 ‘비호감 경쟁’이 벌어지면서 제3지대 후보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전장을 낸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대선 완주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하지만 이들 후보가 결국 ‘몸값’을 높인 뒤 각각 양당과 손을 잡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제3지대 후보의 향후 행보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1) 김동연, 與와 단일화한다면…

김 전 부총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손잡을 수 있는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김 전 부총리가 문재인 정부 초대 부총리를 지낸 데다 지난 총선부터 민주당이 지속해서 ‘러브콜’을 보냈기 때문이다.

김 전 부총리가 새로운 물결을 창당하면서 원내 군소 정당인 시대전환과 손잡은 것도 친(親)여당 인사로 꼽히는 요인이다. 시대전환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위성 정당이었고,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신당을 창당한 직후 “서울시장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차기 대선은 결국 ‘3~5% 싸움’이 될 것인데 김 전 부총리 지지율이 어느 정도 나오면 서울시장 자리를 요구하면서 여당과 단일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관료 출신인 김 전 부총리는 중도층에 호소력 있는 인사로 민주당은 평가하고 있다. 개혁 성향이 강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 후임으로 경기지사 후보에 김 전 부총리를 거론하고 있다.

(2) 金, 야당과 시너지는?

김 전 부총리는 야당인 국민의힘과 연대할 가능성도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야권 인사로 분류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조언을 각별히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부총리가 국민의힘과 단일화를 받아들일 경우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 종로 보궐선거 출마를 점치는 이들이 많다. 야권 관계자는 “김 전 부총리가 야당 대선후보와 러닝메이트로 종로에 출마하면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더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가 부총리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에 비판적이었고,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는 이유에서다.

(3) 安, 洪정부 총리설

안 대표는 야당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몸값이 달라질 것이란 견해가 대체적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안 대표를 향해 공개적인 구애를 펼쳤다. 홍 의원은 “과거 DJP가 연대하듯이 세력 대 세력을 연대해 공동 정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도로의 확장성이 있는 안 대표가 대권에 필요하다는 게 홍 의원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DJP 연대는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의 단일화를 의미한다. 김 총재가 DJ 정부 초대 총리를 맡은 것은 단일화 과정에서 합의된 사항이었다. 홍 의원이 DJP 연대를 거론하면서 안 대표의 총리설이 자연스레 제기됐다.

(4) 安, 尹과 손잡을 수 있을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종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됐을 때 안 대표의 몸값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윤 후보도 중도층의 지지에서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차기 대선이 ‘박빙’으로 예상되면서 야권에서 단일화 요구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안 대표 측에서 종로 출마 자리를 요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미현/이동훈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