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회의사당에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회동 중인 최태원 회장 [사진=매코널 원내대표실 제공]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회동 중인 최태원 회장 [사진=매코널 원내대표실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과 유럽 정·재계 인사들과 연달아 회동하며 그룹 차원 경영 화두인 '글로벌 스토리' 행보에 본격 나섰다. '글로벌 스토리'란 SK가 글로벌 현지 이해관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윈윈(Win-Win)형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개념으로, 최근 최 회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이다.

2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부터 5박6일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회동했다. 지난달 27~28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을 만나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SK의 전략과 미국 내 친환경 사업 비전을 소개했다.

매코널 의원은 원내대표로만 15년째 재임 중인 공화당 서열 1위의 정치인이다.

최 회장은 "SK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인 2억t의 탄소를 줄이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미국에 투자할 520억달러 중 절반가량을 전기차 배터리, 수소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해 미국 내 탄소 감축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SK는 그린 비즈니스를 통해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의 5%인 1억t 상당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최 회장은 테네시주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마샤 블랙번, 빌 해거티 상원의원을 만났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SK온과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매년 215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129GWh규모의 배터리 공장 2개를 건설하기로 했는데 테네시주는 공장이 세워지는 부지 중 하나다.

최 회장은 "SK온이 건설 중인 조지아 공장에 이어 포드와 함께 켄터키·테네시주에 2027년까지 짓기로 한 배터리 공장이 완공되면 3개 주에서 1만1000여명에 이르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미 의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SK 배터리 사업이 미국 배터리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고, 향후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배터리 생태계 구축 등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최 회장은 또 하원 외교위 아태지역 소위원장인 아미 베라 민주당 의원과 백악관·국무부·국방부 등 행정부 고위 인사들을 두루 만나 한·미 우호 증진과 바이오 등 미래사업 투자 활성화, 기후변화 대처, 지정학 현안 등 폭넓은 주제로 환담했다.

최 회장은 베라 의원에게 "SK는 미국에 본사를 둔 원료의약품 위탁생산 기업 SK팜데코 등을 통해 미국과의 바이오 사업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베라 의원은 "양국 기업들이 바이오·대체식품 등 미래사업 분야에서도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최 회장은 이달 1일에는 짐 팔리 포드 CEO와의 화상회의에서 켄터키주 등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양사 간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하고, 향후 배터리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회동한 수잔 클라크 미 상의회장과는 양국 상의 간 교류·협력의 폭을 넓히기로 뜻을 모았다.

5박6일간의 미국 일정을 마친 최 회장은 1일 헝가리로 이동해 유럽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순방단과 합류해 헝가리 상의회장 면담, 한국-비세그라드 그룹(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비즈니스 포럼 참석, 국빈만찬 참석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민간 외교 행보 외에도 최 회장은 2일 코마름 시에 자리한 SK온의 배터리 공장을 찾아 현지 배터리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현지 구성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SK는 헝가리 코마롬시(연간 17.8GWh 생산)와 이반차시(30GWh)에 총 3개의 배터리 공장을 운영 또는 건설 중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은 미국 내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SK를 포함한 한국 재계 전반의 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글로벌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며 "이는 ESG경영을 통해 글로벌 각지의 폭 넓은 지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