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의 선택? ① 경기 둔화 ② 인플레 ③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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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Fed)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날은 통상 관망세가 짙습니다. 하지만 뉴욕 증시에선 요즘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우려했던 것보다 좋게 나오자 연일 폭죽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2일(현지시간) 3대 지수는 모두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사흘 연속입니다. 다우는 0.39% 올라 사상 처음으로 3만6000(3만6052.63)을 넘어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은 0.37%, 나스닥은 0.34% 올랐습니다. 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도 0.16% 상승해 사상 최고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에이비스 △화이자 △언더아머 △듀폰 △에스티로더 △리프트 △티모바일 △액티비전블라자드 등은 줄줄이 월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 전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의 83%가 애널리스트의 예상을 상회했습니다.
위험 선호 성향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풍부한 유동성 속에 테슬라처럼 상상외로 치솟는 주식들이 매일 출연합니다. 이날 주인공은 렌터카 회사 에이비스였습니다. 전날 종가 171.46달러였던 에이비스는 이날 수직으로 치솟더니 오전 11시께 545.11달러까지 폭등했습니다. 결국, 108.31% 오른 357.17달러로 장을 마쳤습니다. 이날 아침 3분기 주당순이익(EPS) 10.74달러를 올려 월가 예상 7.24달러를 웃돈 데다, 조셉 페라로 최고경영자(CEO)가 콘퍼런스콜에서 "더 많은 전기차를 추가하겠다"라면서 허츠처럼 테슬라를 사들일 것처럼 언급한 것도 랠리를 부추겼습니다. 또 올 초 30달러 수준에서 급등하면서 유동주식의 21%인 256만 주가 공매도 되어 있을 정도로 공매도가 많았는데 이날 폭등세가 시작되자 숏스퀴즈(공매도한 주식을 되사서 손실을 줄이는 것)가 몰렸습니다. 이날만 숏셀러(Short Seller) 손실 규모가 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정작 테슬라 주식은 이날 3.03% 하락했습니다. 통신 오류로 차량 1만1700대를 리콜한다는 보도가 나온 데다, 일론 머스크 CEO가 "아직 허츠와 (10만대 판매)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라고 트윗을 한 데 따른 겁니다. 하지만 허츠는 이미 테슬라 차량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스터리입니다.
일부에선 머스크가 주가가 단기에 치솟자 이를 진정시키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는 작년 5월 2일 주가가 치솟자 트위터에 " 내 생각에 테슬라 주가가 너무 높다"라고 밝혀 그날 10.3%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앤드루 트래셔 트래셔애널리틱스 설립자는 "테슬라 주가는 지난 2년간 단기에 폭등해 20일 이동평균선보다 25% 높은 수준까지 치솟고 한 달 만에 50% 오른 적도 네 번 있었다"라면서 "이럴 때마다 15~60%가량 내림세가 뒤따랐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뜨거운 증시의 위험 선호 심리는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에서 드러납니다. VIX는 이날 2% 내려 16.03에 머물렀습니다. 팬데믹 이후 거의 최저 수준입니다. 하지만 채권 시장은 다릅니다. 채권 금리의 변동성(한 달)을 나타내는 메릴린치의 MOVE 지수는 이날 2002년 4월 이후 18개월 내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VIX 지수와의 격차는 팬데믹 발생 이후 가장 커졌습니다. 그만큼 미국 채권 시장은 증시와 달리 11월 FOMC 회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긴장 상태에 휩싸여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채권 트레이더들은 FOMC 회의 결과가 금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 매우 경계감이 큰 상태지만, 증시는 모든 잠재적 위험을 다 무시하고 달려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호주중앙은행(RBA)은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을 포기하고 기준금리 조기 인상을 시사했습니다. 2024년 4월 만기 국채 3년물 수익률을 0.1%로 유지한다는 통화정책 목표를 철회하기로 한 겁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가 0.75%까지 치솟자 두 손을 든 것이죠. 다만 호주가 긴축으로 돌아선 것은 아닙니다. RBA는 최소한 내년 중반까지 매주 40억 호주 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을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최근 인플레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필립 로 총재는 2023년 말까지 근원 물가가 2.5% 이상을 웃돌지 않을 것이라며 "인내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호주가 시장에 밀려 YCC를 포기했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유지했다"라며 "호주기 완화 정책을 유지하면서, 내일 미국 Fed도 어쨌든 비둘기파적 태도를 지킬 것이란 관측이 커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채권 시장에서는 이날 채권 매수세가 살아나면 금리가 모든 만기에 걸쳐 하락했습니다. 10년물은 소폭 내린 연 1.55%를 기록했고 2년물은 47bp나 떨어져 0.45%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동안 Fed가 인플레이션에 밀려 약간 매파적 모습을 보이지 않겠느냐는 예상(골드만삭스 등)이 많았는데, 호주로 인해 약간 희석된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그동안 제롬 파월 의장처럼 정책 방향을 미리 친절하고 투명하게 알려주는 Fed 의장이 거의 없었다"라면서 "이번에도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길어지는 이유에 대해 시장이 잘 알아듣도록 설득하면서 기존의 완화적 태도(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별개)라는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사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때는 Fed 성명서 내의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출신인 파월의 말은 누구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장 예측이 가장 잘 드러난 게 크레딧스위스에서 이날 펴낸 11월 FOMC 예측 보고서입니다.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겠습니다.
1. 테이퍼링
테이퍼링을 발표한다. 이는 매우 잘 알려져 있고 모두가 예상한다. 테이퍼링은 11월 중순에 시작되어 매달 150억 달러씩 감축할 것이다. 통화정책 성명서에는 "경제가 예상대로 진전된다면 테이퍼링을 2022년 중반에 끝낸다"라는 문구가 삽입될 것이다. 테이퍼링은 2022년 중반에 종료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적 여건이 바뀐다면 Fed는 그 속도를 바꿀 수 있다.
2. 금리 인상 전망은 유지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가이던스는 바뀌지 않고 기존대로 유지될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금은 금리를 인상할 때가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겠지만 "명확히 인플레이션이 좀 더 높아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그런 위험이 가시화되면 Fed는 필요한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힐 것이다.
3. 시장의 빠른 금리 인상 기대 놔둔다?
현재 시장은 내년 7월 테이퍼링 직후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 이는 Fed가 지난 9월 점도표를 통해 밝힌 것(Fed 위원 절반 내년 한 차례 금리 인상, 절반은 2023년 금리 인상)과는 차이가 크다.
중기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Fed가 기자회견이나 성명서에서 이런 시장 기대를 밀어내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만약 테이퍼링 직후 기준금리 인상을 늦출 것이란 어떤 선제적 가이던스가 나온다면 '비둘기파'적으로 볼 수 있다.
4. 파월, 모호함 유지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은 여전히 멀리 있다"고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금리 인상을 언제 할지에 대해선 모호함을 유지할 것이다. 내년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시장의 금리 예상을 세게 반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크레딧스위스는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것이고 노동시장에 있는 여유 인력을 고려한다면, Fed는 내년에도 금리를 제로로 유지할 것이고 첫 번째 금리 인상은 2023년에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크레딧스위스의 보고서를 옮긴 건 이를 쓴 졸탄 포자르 금리전략 헤드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뉴욕연방은행에서 직접 시장조작 업무를 담당했고 이후 재무부 선임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국채 관리 업무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그의 보고서를 찾아서 읽는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아예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많이 언급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을 언급하는 순간 파월은 덫에 갇히게 된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공급망 혼란, 유가 등 에너지 가격 때문이라면 통화정책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둔화할 것이고, 내리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민주당의 내부 갈등으로 인프라딜 등 재정 정책이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쉽게 긴축으로 가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만약 파월 의장이 크레딧스위스의 예측과 달리 매파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없을까요? 월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협약 총회(COP26)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차기 Fed 의장에 대해 '매우 이른 시일 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이렇게 중대한 시점에 피월이 매파적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2일(현지시간) 3대 지수는 모두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사흘 연속입니다. 다우는 0.39% 올라 사상 처음으로 3만6000(3만6052.63)을 넘어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은 0.37%, 나스닥은 0.34% 올랐습니다. 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도 0.16% 상승해 사상 최고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에이비스 △화이자 △언더아머 △듀폰 △에스티로더 △리프트 △티모바일 △액티비전블라자드 등은 줄줄이 월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 전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의 83%가 애널리스트의 예상을 상회했습니다.
위험 선호 성향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풍부한 유동성 속에 테슬라처럼 상상외로 치솟는 주식들이 매일 출연합니다. 이날 주인공은 렌터카 회사 에이비스였습니다. 전날 종가 171.46달러였던 에이비스는 이날 수직으로 치솟더니 오전 11시께 545.11달러까지 폭등했습니다. 결국, 108.31% 오른 357.17달러로 장을 마쳤습니다. 이날 아침 3분기 주당순이익(EPS) 10.74달러를 올려 월가 예상 7.24달러를 웃돈 데다, 조셉 페라로 최고경영자(CEO)가 콘퍼런스콜에서 "더 많은 전기차를 추가하겠다"라면서 허츠처럼 테슬라를 사들일 것처럼 언급한 것도 랠리를 부추겼습니다. 또 올 초 30달러 수준에서 급등하면서 유동주식의 21%인 256만 주가 공매도 되어 있을 정도로 공매도가 많았는데 이날 폭등세가 시작되자 숏스퀴즈(공매도한 주식을 되사서 손실을 줄이는 것)가 몰렸습니다. 이날만 숏셀러(Short Seller) 손실 규모가 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정작 테슬라 주식은 이날 3.03% 하락했습니다. 통신 오류로 차량 1만1700대를 리콜한다는 보도가 나온 데다, 일론 머스크 CEO가 "아직 허츠와 (10만대 판매)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라고 트윗을 한 데 따른 겁니다. 하지만 허츠는 이미 테슬라 차량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스터리입니다.
일부에선 머스크가 주가가 단기에 치솟자 이를 진정시키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는 작년 5월 2일 주가가 치솟자 트위터에 " 내 생각에 테슬라 주가가 너무 높다"라고 밝혀 그날 10.3%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앤드루 트래셔 트래셔애널리틱스 설립자는 "테슬라 주가는 지난 2년간 단기에 폭등해 20일 이동평균선보다 25% 높은 수준까지 치솟고 한 달 만에 50% 오른 적도 네 번 있었다"라면서 "이럴 때마다 15~60%가량 내림세가 뒤따랐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뜨거운 증시의 위험 선호 심리는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에서 드러납니다. VIX는 이날 2% 내려 16.03에 머물렀습니다. 팬데믹 이후 거의 최저 수준입니다. 하지만 채권 시장은 다릅니다. 채권 금리의 변동성(한 달)을 나타내는 메릴린치의 MOVE 지수는 이날 2002년 4월 이후 18개월 내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VIX 지수와의 격차는 팬데믹 발생 이후 가장 커졌습니다. 그만큼 미국 채권 시장은 증시와 달리 11월 FOMC 회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긴장 상태에 휩싸여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채권 트레이더들은 FOMC 회의 결과가 금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 매우 경계감이 큰 상태지만, 증시는 모든 잠재적 위험을 다 무시하고 달려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호주중앙은행(RBA)은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을 포기하고 기준금리 조기 인상을 시사했습니다. 2024년 4월 만기 국채 3년물 수익률을 0.1%로 유지한다는 통화정책 목표를 철회하기로 한 겁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가 0.75%까지 치솟자 두 손을 든 것이죠. 다만 호주가 긴축으로 돌아선 것은 아닙니다. RBA는 최소한 내년 중반까지 매주 40억 호주 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을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최근 인플레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필립 로 총재는 2023년 말까지 근원 물가가 2.5% 이상을 웃돌지 않을 것이라며 "인내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호주가 시장에 밀려 YCC를 포기했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유지했다"라며 "호주기 완화 정책을 유지하면서, 내일 미국 Fed도 어쨌든 비둘기파적 태도를 지킬 것이란 관측이 커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채권 시장에서는 이날 채권 매수세가 살아나면 금리가 모든 만기에 걸쳐 하락했습니다. 10년물은 소폭 내린 연 1.55%를 기록했고 2년물은 47bp나 떨어져 0.45%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동안 Fed가 인플레이션에 밀려 약간 매파적 모습을 보이지 않겠느냐는 예상(골드만삭스 등)이 많았는데, 호주로 인해 약간 희석된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그동안 제롬 파월 의장처럼 정책 방향을 미리 친절하고 투명하게 알려주는 Fed 의장이 거의 없었다"라면서 "이번에도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길어지는 이유에 대해 시장이 잘 알아듣도록 설득하면서 기존의 완화적 태도(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별개)라는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사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때는 Fed 성명서 내의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출신인 파월의 말은 누구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장 예측이 가장 잘 드러난 게 크레딧스위스에서 이날 펴낸 11월 FOMC 예측 보고서입니다.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겠습니다.
1. 테이퍼링
테이퍼링을 발표한다. 이는 매우 잘 알려져 있고 모두가 예상한다. 테이퍼링은 11월 중순에 시작되어 매달 150억 달러씩 감축할 것이다. 통화정책 성명서에는 "경제가 예상대로 진전된다면 테이퍼링을 2022년 중반에 끝낸다"라는 문구가 삽입될 것이다. 테이퍼링은 2022년 중반에 종료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적 여건이 바뀐다면 Fed는 그 속도를 바꿀 수 있다.
2. 금리 인상 전망은 유지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가이던스는 바뀌지 않고 기존대로 유지될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금은 금리를 인상할 때가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겠지만 "명확히 인플레이션이 좀 더 높아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그런 위험이 가시화되면 Fed는 필요한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힐 것이다.
3. 시장의 빠른 금리 인상 기대 놔둔다?
현재 시장은 내년 7월 테이퍼링 직후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 이는 Fed가 지난 9월 점도표를 통해 밝힌 것(Fed 위원 절반 내년 한 차례 금리 인상, 절반은 2023년 금리 인상)과는 차이가 크다.
중기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Fed가 기자회견이나 성명서에서 이런 시장 기대를 밀어내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만약 테이퍼링 직후 기준금리 인상을 늦출 것이란 어떤 선제적 가이던스가 나온다면 '비둘기파'적으로 볼 수 있다.
4. 파월, 모호함 유지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은 여전히 멀리 있다"고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금리 인상을 언제 할지에 대해선 모호함을 유지할 것이다. 내년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시장의 금리 예상을 세게 반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크레딧스위스는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것이고 노동시장에 있는 여유 인력을 고려한다면, Fed는 내년에도 금리를 제로로 유지할 것이고 첫 번째 금리 인상은 2023년에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크레딧스위스의 보고서를 옮긴 건 이를 쓴 졸탄 포자르 금리전략 헤드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뉴욕연방은행에서 직접 시장조작 업무를 담당했고 이후 재무부 선임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국채 관리 업무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그의 보고서를 찾아서 읽는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아예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많이 언급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을 언급하는 순간 파월은 덫에 갇히게 된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공급망 혼란, 유가 등 에너지 가격 때문이라면 통화정책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둔화할 것이고, 내리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민주당의 내부 갈등으로 인프라딜 등 재정 정책이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쉽게 긴축으로 가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만약 파월 의장이 크레딧스위스의 예측과 달리 매파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없을까요? 월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협약 총회(COP26)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차기 Fed 의장에 대해 '매우 이른 시일 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이렇게 중대한 시점에 피월이 매파적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