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 일명 '위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1일 오전 5시경 서울 중구 회현동 한 24시간 영업 음식점에서 관계자가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계적 일상회복, 일명 '위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1일 오전 5시경 서울 중구 회현동 한 24시간 영업 음식점에서 관계자가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자영업자 A씨는 기존의 카드빚을 정리하기 위해 1000만원짜리 카드론을 받았다. 금리는 13.9%로 부담됐지만, 6개월 이자만 낸 뒤 원금상환이라는 조건에 "급한 불부터 끄자"는 생각이 컸다. 다른 카드론을 정리하다보니 매달 70만원가량이 절약이 됐다. 하지만 1000만원짜리 카드론도 원금을 내기 전 정리할 생각인데 마땅히 쓸 대출상품이 있을 지 고민이다.

# 카드론 2000만원을 받은 자영업자 B씨는 요즘 저축은행을 알아보고 있다. 대출금리라도 낮춰 이자 부담이라도 줄여보기 위해서다. 신용점수에 부담이 없는 1금융권인 시중은행부터 알아봤지만, 그가 받을 수 있는 대출상품은 없었다.


은행권 대출이 막히면서 자영업자들이 고금리 대출로 몰리고 있다. 고금리 대출이 늘어나면서 부실 위험성이 확대된 가운데 이달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자부담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자영업자 부채의 위험성 진단과 정책방향'에 따르면, 가계대출이나 사업자대출을 보유한 개인사업자 444만명의 지난 8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98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자대출은 572조6000억원, 가계대출은 415조9000억원을 각각 차지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019년 12월 말 대비 173조3000억원(21.3%) 늘었다. 같은 기간 일반가계 대출 증가율(13.1%)보다 높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영업에 타격을 받자 이를 대출로 메꾼 자영업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올해 들어 캐피탈·카드·저축은행에서 개인사업자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늘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은행에선 1분기 이후 가계대출 증가율이 하락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은행권도 대출 총량 규제에 돌입, 이에 개인사업자들은 고금리 대출로 내몰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올해 8월 기준 개인사업자의 가계대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저축은행이 15.5%로 가장 높았다. 캐피탈·카드(9.6%), 보험·상호금융조합(8.4%), 은행(6.5%) 순이었다. 같은 기간 사업자대출 증가율도 보험·상호금융조합이 26.8%로 가장 높았으며, 캐피탈(20.1%), 저축은행(19.8%), 은행(11.3%) 순으로 집계됐다.

오윤해 KDI 연구위원은 "자영업자들이 고금리 대출이 필요할 정도로 경영상황이 어렵고 자금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은행권 대출 공급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고금리를 받은 자영업자의 대출이 부실화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과정에선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어서다. 경기도 안성시에서 김밥집을 운영 중인 이 모씨는 "코로나 타격으로 빚을 1억원이나 냈다"며 "현재는 이자만 내서 버티는 중인데 연말부터 원금 상환에 들어가야 해서 요즘 잠이 안 올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자의 대출을 장기상환 저금리 대출로 대체하는 대환상품을 제공하는 등 정책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오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이 악화됐으나 재기 가능성이 있는 자영업자에게 고금리 대출을 장기상환 저금리 대출로 대체하는 대환상품을 제공하는 등 정책금융을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 방역조치로 간접적 피해를 입은 업체를 포함한 자영업자가 매출 감소로 인한 자금 수요를 고금리 대출로 충당하지 않도록 재정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