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몰을 방문한 고객들이 LG전자의 안내로봇 ‘LG 클로이 가이드봇’을 체험하고 있다. /LG 제공
코엑스몰을 방문한 고객들이 LG전자의 안내로봇 ‘LG 클로이 가이드봇’을 체험하고 있다. /LG 제공
LG그룹은 부품 부족과 물류비 상승 등 전 세계적인 공급망 쇼크를 전사적인 공급망 관리(SCM) 강화로 극복하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을 중심으로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경각심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으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전략이다.

○“SCM으로 불확실성 대비”

최근 LG는 구 회장 주재로 계열사 최고경영진 30여 명이 참석한 비대면 ‘사장단 워크숍’을 열었다. 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이 자리에서 2022년엔 코로나 특수가 전반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지역, 제품에 대한 시장 예측력을 높이고 SCM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LG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생산공장 폐쇄와 재개가 반복되면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공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과 서비스가 아무리 우수해도 SCM에 실패하면 시장을 경쟁사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LG 경영진은 기업의 비용구조 악화 상황에 대한 심각성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구 회장은 다만 경영의 목적이 ‘수치’에 국한돼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재무제표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DX 강화로 공급망 위기 넘겨야

LG그룹은 공급망 위기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으로 넘는다는 전략이다. DX가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고 물류비를 아끼는 등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LG전자의 창원 LG스마트파크는 직원 공모를 통해 선정한 창원사업장의 새 이름이다. LG전자는 총 8000억원을 투자해 주방용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기존 창원1사업장을 친환경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프리미엄급 제품인 ‘LG 시그니처’ 냉장고, 일반 냉장고, 정수기 등 3개 라인이 9월 가동을 시작했다. 개별 건물에 분산됐던 제품별 생산라인을 하나의 생산동으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통합생산동 건설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이 총동원됐다. 통합생산동이 최종 완공되면 최대 200만 대 수준이던 기존 창원1사업장의 연간 생산 능력이 300만 대 이상으로 늘어난다. 에너지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건물 에너지 관리 솔루션 ‘비컨’ 등 첨단 설비들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에너지 효율이 30% 정도 개선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3분기, 역대 최대 실적

LG의 위기관리 능력은 실적에서 드러나고 있다. LG전자는 올 3분기 확정실적에서 매출 18조7867억원, 영업이익 5407억원을 기록했다고 10월 발표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었던 올 1분기 17조8124억원을 1조원가량 넘겼다. 영업이익은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리콜 충당금으로 총 4800억원을 반영하면서 지난해 3분기보다는 50%가량 줄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충당금 반영에도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3조7130억원, 3조1861억원으로 둘 다 역대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2.1%, 4.7% 늘어난 수치다.

H&A 부문이 역대급 실적을 이끌었다. 매출 7조611억원, 영업이익 5054억원을 달성했다. 경쟁 업체인 미국 월풀도 큰 격차로 눌렀다. 월풀은 3분기 매출 6조3515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LG전자 H&A부문은 매출에서 세 분기 연속 월풀을 앞섰다. LG 관계자는 “SCM 위기 상황 속에서도 전장과 로봇 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 부문도 꾸준히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