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거래 플랫폼 기업인 질로우(ZG)가 주력으로 밀던 홈플리핑(home-flipping) 사업에서 철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시장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지만 질로우 등 기업들은 알고리즘 등 기술을 활용, 주택가격을 전망해 매매차익을 극대화하는 홈플리핑 사업을 확장해 왔다. 하지만 결국 단기간에 주택을 ‘저가 매수, 고가 매도’해 수익을 올리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만 증명하게 됐다.

2일(현지시간) 질로우는 홈플리핑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홈플리핑이란 주택을 먼저 구매한 다음 개조·수수해 판매하는 사업이다. 거래 수수료에 더해 집값 상승에 따른 차익까지 노리는 사업이다. 즉 홈플리핑 사업자가 싸게 산 주택을 비싸게 팔수록 수익이 극대화된다. 따라서 부동산시장 동향 예측력이 홈플리핑 사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구매부터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

질로우는 홈플리핑 사업을 접게 된 이유에 대해 자체 설계 알고리즘의 실패를 들었다. 질로우는 자체 알고리즘(Zestimate)을 활용해 주택 구매 가격을 결정해 왔다. 그러나 미국 콜로라도볼더대학교의 마이크 델프레테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질로우는 경쟁사들보다 높은 구매가격으로 주택을 매입했다. 결국 질로우는 지난달 애리조나주 피닉스 소재 주택 250채의 판매가격을 구매가격보다 6.2%나 싸게 내놓는 등 손해를 보게 됐다. 증권사 키뱅크의 분석에 따르면 질로우는 구매한 주택 중 66%를 구매가격보다 저렴하게 매물로 내놓았다.

질로우 측은 “주택 가격을 예측하는 데 있어 불확실성이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 질로우가 한때 홈플리핑 사업을 통해 연간 200억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국은 포기하게 된 이유다. 이 여파로 질로우는 직원 중 25%를 감원하기로 했다.

지난달 18일 질로우는 주택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질로우는 인력난으로 주택 개조를 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질로우 주가는 전날보다 10.24% 떨어진 87.2달러로 마감했다. 장 마감 후 홈플리핑 사업 철수 소식까지 반영되며 애프터마켓에서 13% 가량 추가 하락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