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3일 중구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던 퍼레이드를 시작한다"며 "방역지침을 준수해 더욱 안전하고 평화롭게 행진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혐오와 차별을 겪는 성 소수자들이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며 "성 소수자에 대한 반대를 넘어 삶의 현장,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 시민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지역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차별과 혐오를 목격하고 경험했다"며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둘러싼 무슬림에 대한 혐오, 장애인을 향한 낙인과 편견, 일방적인 노동자 해고 등 차별은 우리 사회를 뒤틀고 왜곡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14년간 국회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으나 발의에 그쳤을 뿐,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모든 인간이 존엄과 가치를 갖는다는 원칙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생활의 역사>는 사생활을 둘러싼 700년의 투쟁을 담은 책이다. 저자인 데이비드 빈센트는 영국의 역사학자다. 케임브리지대 '예술, 사회과학 및 인문학 연구센터'에서 연구 교수로 재직했다. 책은 사생활이라는 개념이 700년에 걸쳐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했는지 추적한다. 사생활은 현대인에게는 당연한 권리로 여겨지지만, 항상 그랬던 건 아니었다. 14세기 중세 영국 런던에는 사생활을 침해하는 대상을 고소할 수 있는 '방해죄 재판소'라는 사법기관이 있었다. 사생활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도 전이었지만 이때부터 사람들은 자신만의 영역이 지켜지길 원했다는 증거다. 이후 16~17세기 들어 편지라는 소통 수단이 생기고, 독서와 기도가 일상화되며 '사생활'이라는 개념이 퍼지기 시작했다.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며 예전보다 많은 사람이 밀집해 살고, 대중매체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감시'가 강해진 것이다. 현재는 전화, 인터넷, SNS까지 모든 것이 기록되고 정부와 기업은 정교하게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시대가 됐다. 저자는 "사생활은 결코 당연한 권리가 아니다. 싸워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구교범 기자
정치는 혼란했지만 예술은 활기가 넘쳤다. 19세기 말 러시아 제국이 그랬다. 대문호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음악가 차이콥스키와 스트라빈스키 등 수많은 예술가가 족적을 남겼다. 당대 문화를 이끌던 프랑스와 영국 예술계는 후발 주자처럼 느껴졌던 러시아에서 발생한 새로운 물결에 주목했다. 러시아 발레도 그 흐름 속에 있었다. 궁중 예술에 불과했던 발레가 유럽에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는 장르로 발전한 건 세르게이 댜길레프라는 인물 덕분이다. 발레 프로듀서인 그는 전설적 발레단 '발레 뤼스'를 창단했다. 이 시기 창조적인 재능을 가진 안무가와 천재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무용가들이 대부분 댜길레프의 손을 거쳐갔다.최근 출간된 <댜길레프의 제국>은 댜길레프와 20세기 초반을 빛낸 무용수들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영국의 저명한 무용 평론가 로퍼트 크리스천손이 집필한 이 책은 댜길레프의 평전에 치우치지 않도록 그 시대 발레계를 둘러싼 이야기를 뛰어난 문체로 정리했다. 새로운 세기가 열리던 시기, 색다른 예술의 길을 개척해 최고가 된 예술가들이 댜길레프 외에도 대거 등장한다.책이 묘사하는 댜길레프는 지식인도 이론가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도전을 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성격 하나로 발레의 최전성기를 만들어냈다. 댜길레프는 필요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그가 대중의 심미안을 건드리고 취향을 만들어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저자는 댜길레프의 실용적인 천재성을 꾸준히 주목했다. 예를 들면 코코 샤넬,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동원해 발레의 가능성을 극대화한 사례를 소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는 ‘저먼 앙스트(German Angst)’라는 단어가 등재돼 있다. ‘독일인의 불안’이란 뜻의 이 단어에는 뭐든 미리 걱정하면서 불안해하는 독일인 특유의 ‘집단 불안의식’이 담겨 있다. 실제로 독일인들처럼 두려움이란 단어를 일상에서 자주 쓰는 나라는 없다. 그래서일까, 2024년에 발표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행복 순위는 24위로 전년 16위보다 무려 8계단이나 하락했다. 이 정도면 유럽 주요 국가들 가운데 거의 최하위 수준이다.불안이 일상화된 독일에서 최근 <두려움 없는 인생(Leben ohne Angst)>이란 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건강한 삶을 위한 교육과 예방에 헌신해온 의사이자 과학자인 디트리히 그뢰네마이어 교수(Prof. Dr. med. Dietrich Grönemeyer)가 쓴 책이다. 여러모로 힘겨운 시기에 어떻게 하면 내면의 힘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갈등, 인플레이션, 직장에서의 성과 압박, 건강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고민 등 불확실성에서 비롯한 불안과 두려움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하루하루 염려와 걱정이 늘어나고 희망과 용기는 사라지고 있다. 두려움은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우리를 지치게 하며, 삶의 기쁨을 앗아간다.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구조요청도 늘어나고 있다. 불안장애,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사회불안 장애와 같은 정신 질환은 우리 시대의 가장 흔한 질병이 됐다. 번아웃, 수면장애, 섭식장애, 약물중독, 우울증 역시 모두 두려움이란 감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저자는 “두려움은 사